매국노 취급받았던 남자, 돈치치 잡고 국민 영웅됐다

민준구 2022. 9. 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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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매국노 취급을 받았던 남자가 이제는 국민 영웅이 됐다.

폴란드는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유로바스켓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농구연맹(FIBA) 유로바스켓 ‘디펜딩 챔피언’ 슬로베니아와의 8강 경기에서 90-87로 승리, 1971년 이후 51년 만에 4강 무대에 올랐다.

폴란드를 4강으로 이끈 주인공은 주장 마테우스 포니카(29)다. 그는 슬로베니아전에서 26점 16리바운드 10어시스트 3스틸,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슬로베니아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 루카 돈치치(14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와 정면 승부, 승리한 것이다.

폴란드 에이스 포니카는 한때 자국민들로부터 매국노 소리를 들었으나 결국 유로바스켓 4강을 이끈 국민 영웅이 됐다. 사진=FIBA 제공
포니카의 트리플더블은 유로바스켓 역사상 4번째 기록으로 그가 얼마나 값진 과정과 결과를 얻어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포니카의 경기 컨디션은 초반부터 좋았다. 폴란드가 전반 한때 23점차로 앞섰던 것도 그의 손끝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경기 후반 슬로베니아의 맹추격전에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승부처 때마다 포니카의 슈팅이 림을 가르며 폴란드의 승리를 지켜냈다.

폴란드 농구는 사실 유럽의 중위권 정도로 평가받아왔다. 마신 고탓이란 걸출한 NBA 리거를 배출하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NBA 리거가 총출동한 이번 유로바스켓에서도 그들은 단 1명의 NBA 리거가 없었다. 그럼에도 4강에 진출했다.

오랜 시간 폴란드 농구를 지켜온 것이 바로 포니카다. 유럽농구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그는 폴란드가 배출한 몇 안 되는 농구 천재 중 한 명이다.

그러나 포니카는 최근 매국노 소리를 들어야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 해외 선수가 러시아 리그를 떠난 순간 그가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이하 제니트)로 복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붙은 불명예였다.

이에 대해 고탓은 물론 폴란드 언론은 포니카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고탓은 포니카에게 “그는 항상 개인주의자였다. 매번 자신의 길만 걸었다. 그런 그가 국가대표팀 주장이라는 것이 슬프다”라며 포니카를 저격했다.

폴란드 포니카는 슬로베니아와의 4강 경기가 끝난 후 “악플러들아 고맙다”며 통쾌한 한마디를 전했다. 사진=FIBA 제공
폴란드 언론도 결코 비난 수위가 낮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프로슈타는 “포니카를 비난하는 표현 중 수치(shame)는 가장 친절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결국 포니카는 제니트를 떠나 폴란드로 돌아온 뒤 공개 방송에 참석,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야 했다. 그는 “제니트와의 계약을 끝내려 했고 러시아에 있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러시아 리그가 재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계약이 끝나지 않았기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의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감독과 단장을 찾아가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전쟁에 반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역시 반대한다. 다만 러시아에서 오래 뛰었고 그곳은 나의 조국과 달리 언론의 자유나 개인 의사를 자유롭게 밝히기 어려운 곳이다. 대형 언론사에선 반전 시위를 하는 사람을 체포했다는 기사가 올라왔고 80세 참전용사가 체포되기도 했다. 침묵을 지킨 건 최선이었다”고 덧붙였다.

포니카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했지만 폴란드 현지 반응은 그리 밝지 않았다. 흔히 ‘악플러’라고 하는 사람들이 포니카를 꾸준히 괴롭혔다. 그가 슬로베니아, 그리고 돈치치를 꺾기 전까지 말이다.

슬로베니아전 승리 이후 포니카는 “악플러들아 고맙다”며 한 마디를 남겼다. 그동안의 설움을 한 번에 씻어내는 통쾌한 답이었다.

매국노에서 국민 영웅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포니카는 큰 압박감에도 결국 승리를 쟁취했고 경기장을 찾은 아내에게 기쁨을 안겼다. 최고의 하루를 보낸 포니카, 그리고 폴란드는 프랑스와 4강 경기를 치른다. 승리한다면 1963년 자국(브로츠와프)에서 열린 대회 이후 59년 만에 결승에 진출한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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