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2050 탄소중립' 선언..삼성전자가 머뭇거린 이유
삼성전자가 국내 4대 그룹 중 마지막으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 감축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가입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제조기업인 삼성전자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 미비 등을 이유로 이제야 탄소 중립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15일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新(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경영의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 등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2050년을 기본 목표로 탄소 중립을 최대한 조기 달성한다.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TV, 가전까지 전자산업의 전 영역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25.8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사용한 세계 최대 ICT 제조기업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 14.6TWh의 1.76배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전세계 32개국에 걸친 생산 네트워크에서 연간 5억 대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방대한 사업 구조 때문에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서도 전력 사용량이 월등히 많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많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8.2TWh)을 포함해 인텔(9.6TWh), 메타(9.4TWh), 애플(2.9TWh) 등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핵심 반도체사업장이 자리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큰 만큼 재생에너지 수급이 쉽지 않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도 불리한 상황이지만 인류의 당면 과제인 환경위기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도전에 나선다"며 "탄소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인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30%)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해 총 발전량 577TWh 중에서 재생에너지는 43TWh에 그친다.
탄소 감축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재생에너지 100%의 약자)의 2020 연례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에 한국을 포함했고,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외 RE100 가입 기업 53개사 중 절반이 넘는 27개사가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에 장벽이 있는 국가'로 꼽기도 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블룸버그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LCOE)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중국의 태양광 발전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각각 48원과 42원이었지만 한국은 116원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원자력보다 싸게 이용하지만 한국에서는 석탄보다 비싼 셈이다.
재생에너지 구매 프리미엄(REC) 역시 미국과 중국 대비 크게 높다. 2020년 한국의 REC 가격은 kWh당 43원이었지만 미국과 중국은 1.2원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서는 RE100을 달성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RE100 가입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반도체 생산기지가 밀집한 국내 사업장은 삼성전자 글로벌 에너지 사용량의 57%를 차지하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이런 어려움에도 결국 탄소중립 달성에 도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DX부문부터 2030년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하고, DS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목표로 최대한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그 규모는 약 7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배출한 1700여만톤의 탄소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소나무 20억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으로, 자동차 800만대가 운행을 중단한 효과와 맞먹는다.
삼성전자는 다만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해 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및 정책적 지원에 나서고, 시민사회도 이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에너지 구매자로서의 기업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동종 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혁신적인 초저전력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 전력 사용을 줄이고, 원료부터 폐기까지 제품 전 생애에 걸쳐 자원순환을 극대화해 지구 환경을 살리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제품의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제품의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나아가 초격차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환경난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포집·활용기술, 글로벌 환경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저감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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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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