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갭투자·보증보험 모럴해저드..말 많은 깡통전세 현장은 '무법천지'

2022. 9. 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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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서 최근 3개월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90.2%에 달하는 인천 서구의 현장을 찾았다.

사실상 깡통전세를 전제로 한 마이너스 갭투자는 이 같은 선의의 보증보험제도를 악용하는 모럴해저드에 기반하고 있다.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는 세입자도, 갭투자자도 아닌 HUG 등 보증보험기관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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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과 전세가격의 동반 하락으로 인천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전세가격이 집값보다 비싼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세입자들의 피해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서민 주거지인 빌라 지역을 중심으로 깡통전세를 조장하는 마이너스 갭투자마저 등장하고 있다. 이로 인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금액이 지난달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깡통전세의 파장이 주택도시기금의 낭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박해묵 기자

“인천 빌라 공시가는 대부분 1억원 미만인데,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가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 규모가 공시가의 150% 가까이니 매매가랑 똑같아요. 심지어는 매매가보다 더 비싸게 전세를 놓을 수 있습니다. 세입자는 전세보증보험을 들면 만기 때 집주인이 못 돌려줘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돈 받고 나갈 수 있으니 가격이 이상해도 그냥 계약하는 거고요. 사실상 깡통전세가 터져도 피해볼 사람은 나라(HUG)밖에 없는 거죠.”(인천 서구 공인중개사)

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서 최근 3개월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90.2%에 달하는 인천 서구의 현장을 찾았다. 현실은 통계보다 심각했다. 전세가율 100%를 넘어, 오히려 돈을 ‘남겨 먹는’ 마이너스 갭투자마저 가능하다는 제안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전해졌다.

서구 검암동의 A공인 대표는 “1000만원, 2000만원 들여서 누가 빌라를 사느냐. 오히려 돈을 남기고 싶어서 하는 게 빌라 갭투자”라고 정의했다. ▶관련기사 2면

실제 이 공인대표는 공시가격 9600만여원의 빌라(전용 49㎡)에서 전세보증금을 1억4500만원에 책정해 세입자를 찾아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매도자에게 주어야 할 돈은 1억4000만원으로, 오히려 500만원이 더 저렴하다. 공시가 1억원 이하여서 취득세도 1.1%에 불과하고 중개수수료와 등기비용을 낸다고 해도 결국 무자본으로 주택 소유권을 갖게되는 구조다. 은행 전세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실제 매매 가격보다 금액을 높여서 적는 ‘업계약서’를 쓰는 것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손해볼 일 또한 없다고 한다. 또 하나의 깡통전세 주택이 탄생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아파트에 비해 시세가 불명확한 빌라라고 해도 실거래가 정보와 공시가격은 세입자도 확인이 가능하다. 언뜻 보아도 위험한 이 집에 세입자가 구해질 지 의문이었지만 A공인 대표는 “그들도 다 (깡통전세) 알고 계약하는 것”이라며 “보험료 50만원 정도 내면 보증보험 가입이 되니까 나중에 보증금 못 돌려받을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깡통전세를 전제로 한 마이너스 갭투자는 이 같은 선의의 보증보험제도를 악용하는 모럴해저드에 기반하고 있다.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는 세입자도, 갭투자자도 아닌 HUG 등 보증보험기관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전세보증보험) 사고 건수가 511건으로, 사고 금액이 1089억원에 달했다.

인천 서구 연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전세를 못 가는 사람들이 빌라 전세를 찾는데, 이렇게 터무니없는 전세금액을 불러도 3룸 빌라가 같은 면적 아파트보다는 여전히 많이 저렴하다. 그러니 빌라 세입자나 갭투자자나 공생하는 구조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구조 속에 애초부터 ‘전세 사기’의 목적으로 빌라를 사고파는 수법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신용불량자 등을 타깃으로 신축빌라 갭투자를 알선하는 전문 ‘꾼’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못 사는 신용불량자나 부실 법인에 전세가율을 꽉꽉 채워서 매도하고, 본인은 세입자가 낸 전세보증금을 갖고 튀는 수법”이라며 “처음부터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중간다리로 이용하는 것이라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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