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은의 현장에서] 동력잃은 금융노조 "고객이 제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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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오는 1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총파업을 앞두고 분위기가 급변한 건 그 안에서도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때도 전면적인 총파업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당일 현장에 가보니 시중은행들이 낮은 참가율을 보이는 등 소위 '뒤통수'를 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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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오는 1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93.4%의 압도적 파업 찬성률, 10만명에 육박하는 조합원 규모를 생각했을 때 시장에서는 파업에 따른 불편함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하루 이틀 새 분위기는 달라졌다. 농협, 우리은행 노조 등 굵직한 곳이 사실상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일 파업에 일부 노조 간부만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전체 파업 참가율도 1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총파업을 앞두고 분위기가 급변한 건 그 안에서도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본질적으로 얘기하면 파업에 참여했다가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 있다.
복수의 관계자는 6년 전 금융노조 총파업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때도 전면적인 총파업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당일 현장에 가보니 시중은행들이 낮은 참가율을 보이는 등 소위 ‘뒤통수’를 쳤다고 했다. 파업에 열심히 참석한 은행들은 오히려 고객들의 불편함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앞장서서 비판만 잔뜩 받았다는 후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6년 전 총파업 당시 모 시중은행은 수천석을 받아놓고, 당일에는 한두 줄 정도만 사람들이 왔을 정도로 참석률이 부진했다”며 “과거 기억이 있어서 파업 참석 여부를 놓고 논의한 결과, 각 본부장이 그때처럼 우리만 손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6년 전 파업시 4대 시중은행 참가율이 3%대로 예상보다 한참 못 미쳤었다. 전체 15%대 참가율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수치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터졌을 때 고객 돈이 줄줄이 빠져나가자 다른 은행들이 이를 잡기 위해 암암리에 마케팅을 했었다”며 “금융의 특성이 남의 불행을 기회로 활용해야 하는데, 안심전환대출 시행 등을 놓고 파업에 참여하면 고객들이 타 은행으로 이동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도 동력을 꺾는 요인이다. 요구안에는 임금인상률 6.1% 외에도 ▷근로시간 단축(주 4.5일 근무제 1년 시범 실시) ▷점포 폐쇄 금지 및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개선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중단 ▷산업은행법 개정 전까지 산은 부산 이전 중단 등이 포함돼 있다.
인상안을 5%대로 낮추긴 했지만 금융사들의 실적 개선이 이자이익 증가에 대부분 기여했던 만큼 집단이기주의로 비치고 있어서다. 여기에 횡령 등 금융 사고 등도 여론을 악화시킨 요인 중 하나다. 물론 요구안이나 파업은 노조로서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연봉 1억원대 귀족노조’의 이기심을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다.
이번에 저조한 파업 참여율이 시사하는 바는 뚜렷하다. 노조든, 회사든 원하는 바를 지지받고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정당성을 고객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지지 없이 이뤄지는 총파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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