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英 대사관 찾아 여왕 조문.. "인류애·존엄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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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주한 영국대사관을 찾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에 정중히 조의를 표했다.
반 전 총장은 여왕 생전에 여러 차례 만났으며, 특히 유엔 재직 시절에는 여왕의 유엔본부 방문 및 총회 연설을 주관한 인연이 있다.
반 전 총장이 유엔을 이끌던 2010년 7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가 유엔 총회 연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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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말씀, 유엔 총장직 수행에 큰 교훈 줘"
반 전 총장이 유엔을 이끌던 2010년 7월 미국 뉴욕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가 유엔 총회 연단에 올랐다. 당시 여왕의 나이 84세였다. 유엔 총회 연설은 1957년 이후 꼭 53년 만의 일로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엘리자베스 2세는 “그동안 유엔의 위대한 변화를 목격해왔다”며 “1957년 내가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고작 3개의 유엔 조직만이 해외에 있었지만, 지금은 12만명 넘는 유엔 구성원이 전 세계에서 26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유엔의 발전상을 치하했다. 또 “유엔의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무엇보다 ‘테러리즘’과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반 전 총장은 세계 각국 대표들 앞에서 여왕을 소개하며 “이 시대의 진정한 구원의 닻이며 우아함과 지조, 존엄의 상징”이란 표현을 썼다. “여왕의 정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숭고한 가치”라고도 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했을 당시 반 전 총장은 마침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SNS에 2010년 여왕의 유엔 총회 연설을 회상하는 글을 올리며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류애와 존엄의 정신이 가득한 여왕의 연설은 제가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는데 큰 교훈이 되었고, 지금도 제 기억 속에 너무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세계는 점점 더 위험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지금을 견디며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위안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던 여왕의 말씀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고 고인의 서거를 애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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