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겨냥 수사전선 확대..혈세 낭비에 尹대통령 "사법 처리" 직격
강제북송 등 檢수사와 권익위·방통위 고강도 감사..정국 안갯속으로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정부를 향한 수사 전선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기국회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면서 대통령실·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긴장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에서 2600억원대의 신재생사업분야 예산 낭비가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와 관련해 "국민들의 혈세가 어려운 분들의 복지,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쓰일 돈이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쓰인 게 참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저도 언론을 통해 봤다. 법에 위반된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 처리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 등의 절차를 밟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전날(14일) 기자들과 만나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사법 처리를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 혈세가 엉뚱한 데 잘못 쓰였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12개 시·군 샘플 조사한 것만으로 2600억원 넘는 혈세가 낭비됐다면 당연히 보다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2곳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당 집행 사례를 적발했다. 태양광 발전시설 등 신재생에너지사업비 약 2조1000억원 중 2616억원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해당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다면 현재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플러스알파(+α)'가 된다.
현재 문재인 정부 관련 검찰 수사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크게 네 가지다. 피격 사건과 북송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이, 월성원전 사건은 대전지검이 각각 맡고 있다.
특히 '서해 공무원 피격'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기간이 두 달을 넘기면서 검찰의 칼끝이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들을 향하는 상황이다.
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청와대 문서를 확보하고 '윗선' 개입 여부를 살피고 있으며 조만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주요 피고발인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도 문재인 정부 관련 감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감사원은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고강도 감찰을 벌이고 있다. 현 국민권익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전현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방송통신위원장은 한상혁 변호사다. 두 위원장의 임기는 모두 3년으로 법적으로 보장받는데, 전 위원장의 임기는 2023년 6월 말까지, 한 위원장의 임기는 같은 해 7월 말까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전 정권 인사 몰아내기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렇지 않다"며 "두 위원장 모두 임기 내 여러 공익제보가 많이 들어왔고, 이 정도면 사퇴해야 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정당한 감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위원장은 부당한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며 임기를 끝까지 채울 것을 여러 차례 밝혀, 양측 간 힘겨루기는 더욱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 정권에 대한 현 정권의 고강도 수사·감사가 이어지고 확대하면서 향후 정국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자신들의 협치 제스처에 민주당이 건건이 퇴짜를 놓자 강경 모드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전날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을 이틀(15일까지)로 잡은 것이 그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고 20일이 경과해도 보고서가 정부로 이송되지 않으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기한 내에 보고서가 이송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그다음 날부터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이틀'이라는 재송부 요청 기한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짧은 시간이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간을 더 준다고 해도 민주당은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것도 향후 정국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10월에 있을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 심사에서 여야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정기한 내 예산안 통과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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