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탈출X월드컵의 꿈'홍철"이런 대구팬 있는데 어떻게 설렁설렁 뛸 수 있겠어요"[현장인터뷰]

전영지 2022. 9. 1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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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팬들이 있는데 어떻게 설렁설렁 뛸 수 있겠어요."

'벤투호 왼쪽 풀백' 홍 철(32·대구)이 지난 13일 제주 원정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직후 팬들을 위한 불꽃 투혼을 다짐했다.

강등권의 대구FC는 이날 0-2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2대2 무승부로 뒤집었다. 안방에서 전북에 0대5로 대패한 후 팬들 앞에서 "우리는 가족이다. 끝까지 믿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0-2로 밀리던 후반 6분 홍 철이 그라운드에 들어선 직후 왼쪽 측면 크로스와 함께 대구의 공격이 살아났다. 양팀을 통틀어 유일하게 벤투호에 발탁된 '국대 풀백'의 왼발이 번뜩이더니 세징야, 고재현의 골이 잇달아 터졌다. 최원권 대구 감독대행은 "홍 철은 늘 100% 믿는 선수다. 부상도 있는데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이 늘 고맙다"며 절대 신뢰를 전했다.

무승부 후 비와 땀에 흠뻑 젖은 대구 선수들은 하늘색 우비를 입은 팬들 앞에 섰다.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플래카드 앞에 선 채 90도 허리를 숙여 감사를 전했다. 홍 철은 "궂은 날씨에 제주까지 오셔서, 비옷을 입고 끝까지 응원해 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이런 팬들이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설렁설렁 뛸 수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우리처럼 팬층이 두터운 팀도, 우리처럼 좋은 경기장을 가진 팀도 많지 않다. 이렇게 좋은 팬과 이렇게 좋은 경기장을 가진 대구라는 팀은 절대 2부로 떨어질 수 없다. 우리는 시민구단이다. 2부로 떨어지면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며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에서 우승 꿈을 노래하던 '국대 풀백' 홍 철이 대구에서 강등전쟁의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2010년부터 리그 328경기를 뛰면서 2부 경험은 없다. 은퇴 전까지 2부에서 뛸 생각이 없다"며 대구 잔류를 향한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대구는 이날 무승부와 함께 승점 32점, 10위로 올라섰다. 정규리그 1경기, 스플릿리그 5경기를 포함 6경기가 남은 상황, 9위 수원 삼성(승점 34), 11위 김천(승점 31), 최하위 성남(승점 24)와 피 튀기는 잔류 전쟁을 펼쳐야 한다.

홍 철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무승부를 일군 제주전이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이 승점 1점이 저희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남전에서 13경기만에 승리를 했다.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졌다. 한 골 먼저 먹으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 0-2를 승리로 뒤집진 못했지만 2대2까지 따라갔다는 건 큰 의미다. 이 1점을 시즌 끝까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홍 철은 새 시즌 대구 유니폼을 입은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 감독대행은 "울산서 하던 플레이와 대구 플레이는 다르다. 울산은 볼을 점유하면서 포백 수비를 하는 팀인데 대구는 스리백에서 수비적으로 임하면서도 스리백 사이드에서 공격적으로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귀띔했다. 이 부분에 대해 홍 철은 "과거엔 스리백에서 점유를 하면서 패스로 올라갔다면 대구는 낮은 수비를 하다 카운터어택을 때려야 하는 팀이다. 50~60m를 뛰어나가야 하는 축구"라고 설명했다. 극강의 체력, 압도적 스피드, 불굴의 정신력, 공수 만능인 '만화 풀백'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홍 철은 웃었다. "여태까지 해보지 못한 축구다. 아직도 힘들지만, 더 연구하고 더 노력하고 더 적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른 둘, 베테랑 풀백' 홍 철의 남은 2개월 목표는 절실하고 확고하다. '카타르월드컵 출전'과 '팀의 강등권 탈출'. 홍 철은 제주전 당일인 13일 아침 벤투호 발탁 소식을 들었다. 2011년 2월 9일 터키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주전 풀백으로 활약한 '12년차' 국대는 "그동안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내 이름은 있겠지'란 기대를 좀 했던 것같다. 그런데 이번엔 반신반의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대구에서 잘한다고 느낀 경기가 솔직히 많지 않았다. 팀 스타일과 너무 달라 내가 잘하는 걸 못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최원권 쌤(감독대행)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이 100% 신뢰해주셨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된다"며 감사를 전했다.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축구선수로서 그보다 더 큰 목표가 어디 있겠나. 이번 평가전에 뛸지 안 뛸지 모르지만 이 마음가짐으로 두 달을 버틸 것이다. '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마음가짐 하나면 뭐든 할 수 있다. 남은 두 달 정말 잘 준비해서 월드컵 무대에 꼭 나가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18일 오후 3시 FC서울과의 정규리그 최종 홈경기를 앞두고 잔류 의지도 재차 천명했다. "대구 팬들을 위해서 해내야 한다. 홈 경기 때 현수막이 거꾸로 걸려 있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다 선수들 잘못이다. 지도자들은 자신들 탓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술, 라인업을 짜도 경기에서 못하는 건 다 선수들 잘못"이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우리에겐 아직 6경기가 남아 있다. 승점 차가 크지 않다. 2~3경기 이기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염치 없지만 저희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시즌이 끝날 때, 강등을 면하고 웃으면서 다시 인터뷰하고 싶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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