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우리 자본으로..한국에도 100년 된 보험사 있네

신찬옥 2022. 9. 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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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일제시대 민족자본으로 설립
메리츠화재 10월 1일 100주년 맞아
2005년부터 업계 혁신하며 비약적 성장
17년만에 시가총액 23배·자산 10배로 늘어
메리츠화재 본사 사옥
한국에서도 100년 된 보험사가 탄생했다. 이 회사가 걸어온 길이 곧 한국 보험의 역사, 우리나라 최초 손해보험사 메리츠화재다. 이 회사는 내달 1일 100주년을 맞는다.

이름 때문에 외국계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메리츠화재는 1922년 민족자본을 기반으로 설립된 조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전신이다. 조선화재해상보험은 일본 보험사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1935년 경성의 명물이었던 태평로사옥을 짓는 등 그 명맥을 이어갔으며, 이후 1950년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1956년에는 업계 최초로 대한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1967년 한진그룹에 편입됐다. 메리츠화재라는 사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현재의 강남사옥으로 이전하며 '제2의 창업'을 천명했을 때다. 메리츠(MERITZ)는 merit(혜택, 장점)에 복수형 어미를 붙여 '더 우수하고 장점과 혜택이 많은 보험회사'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후 17년간 메리츠화재는 무섭게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23배가 됐고, 자산도 10배 늘었다. '만년 5위'였던 이 회사는 현재 자산 약 28조원(올 상반기 기준), 시가총액 4조 5000억원(8월 23일 기준)으로 업계 판도를 바꿀 만큼커졌다. 메리츠금융지주로 확대해 보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05년 화재와 증권을 합친 메리츠의 자산은 3조 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6월 기준 90조원에 근접하며 약 30배의 성장을 이뤄냈다.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2002년 세상을 떠나면서 조정호 회장은 당시 그릅 내에서 가장 작은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았으나 한진그룹 계열사들 중 제일 잘나가는 회사로 키웠다. 조 회장은 2005년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와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등을 한진그룹에서 분리해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후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019년부터 당기순이익 업계 3위로 올라섰다.

비약적인 성장의 비결로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인재경영'과 '철저한 성과주의'를 꼽는다. 경영활동에 간섭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이 맘껏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대폭적인 권한이양을 통해 일상적인 것은 각 사의 CEO가 책임지고 진행한다.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메리츠금융그룹 모든 계열사는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췄다. 승진 연한이 따로 없어 계열사별로 40대 젊은 임원도 여럿 배출했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2015년 김용범 부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핵심은 '아메바경영'이다. 큰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경영자 의식을 갖고 조직이 굴러가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잘게 쪼개 직원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임직원 개개인이 각자의 성적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함과 동시에 성과에 따라 보상까지 차별화 및 최대화함으로써 조직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적 마인드'로 변화시켰다.

업계의 획일화된 영업조직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경한 것도 주효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3월 기존 '본부-지역단-점포'라는 3단계의 영업 관리 조직에서 본사 밑에 영업점포로 직결되는 구조로 슬림화 했다. 이를 통해 절감된 영업관리 비용은 상품경쟁력 및 수수료 재원으로 활용토록 했다. 2016년 7월에는 전국 221개 점포를 본사 직속의 102개 초대형 점포로 통합하는 동시에 사업가형 점포장 제도를 시행했다.

설계사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성별, 나이, 학력 등의 차별 없이 영업관리자인 본부장으로 승격해 산하 본부의 성과만큼 월 단위로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지급한다. 더 나아가 본부장 중 6개월 이상 일정 기준 이상의 월 매출을 연속 달성하고, 본부분할여부를 판단해 임원으로 승격시켜주는 영업임원 제도도 도입했다.

메리츠화재는 매년 두자리수 이상의 높은 ROE를 기록하며 가장 수익성 높은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는 김용범 부회장 취임 직후인 2015년 말 11.9%에서 2021년 말 24.7%로 2배 이상 성장했다. 대부분의 경쟁사가 한자리수 ROE를 기록하며 소폭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원 만족도를 엿볼 수 있는 핵심 지표들 또한 긍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는 2015년 8년 11개월에서 2021년 말 기준 11년 6개월로 대폭 늘었고, 직원 평균 급여도 2015년 약 6900만원에서 약 1억2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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