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비우면 누구든 차지"..순위싸움 중 다시, KIA의 경고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 잠시 희미해져가던 주전 경쟁, KIA 내야수들이 다시 자극을 받는다.
KIA는 지난 14일 내야수 황대인을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황대인은 올시즌 KIA의 주전 1루수로 뛰고 있다. 리그 전체 1루수 중 가장 많은 966.1이닝을 1루수로 뛰었다.
황대인이 빠진 이날 KIA는 3루수를 맡던 류지혁을 1루수로 세우고, 신인 김도영을 3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빈 내야 정리에 대해 설명하며 김종국 KIA 감독은 “자리를 비우면 누구든 차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대인을 포함한 현재 KIA 야수진 모두를 향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KIA 내야는 지난 3년간 사실상 세대교체 과정을 밟아오고 있다. 2루수로 옮긴 김선빈을 유일하게 주전으로 고정하고 1루수와 3루수, 유격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올시즌 화제의 신인 김도영이 입단하면서 유격수와 3루수에 번갈아 섰다. 기존의 유격수 박찬호와 3루수 류지혁도 경쟁 속에 포함됐다. 김석환은 외야수와 1루수를 모두 준비했다.
실질적으로 올해 시즌을 치르며 내야 주전은 꽤 가려졌다. 유격수 박찬호와 함께 1루수 황대인도 타격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주전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기본인 수비를 확실히 하지 못하는 이상 붙박이 주전의 길은 보장될 수 없다. 기본기가 워낙 좋아 수비력이 빼어난 유격수 박찬호조차도 시즌 초반 납득하기 어려운 수비 실책을 하면 즉시 교체되는 과정을 몇 차례 거쳤다.
지난 13일 키움전에서 1루수로 선발 출전한 황대인은 3회초 수비 중 주자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허벅지를 다쳤다. 1사 1루에서 임지열의 우월 2루타가 터지자 뒤돌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가 1루를 돌아 2루로 향하는 타자 주자를 의식하지 못하고 주로에 서 있다가 충돌했다. 수비 중 타구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외야로 향한 타구를 보느라 내야수가 주자의 움직임을 생각하지 못하고 서 있다 부딪혀 부상까지 당한 것이 뼈아프다. 황대인은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1루수로 뛰고 있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데서 나온 실수지만, 팀이 막바지 순위 경쟁 중인데 집중하지 못하다 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김종국 감독은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 그렇게 부상 조심하라고 했는데 바로 이렇게 다쳤다”고 아쉬워했다. 동시에 “자리를 비우면 누구든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시즌 KIA는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라인업을 많이 바꾸며 경기하고 있다. 내야 주전이 확실치 않은 구역이 많다보니 한 명이 2개 이상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해 비상시도 대비했다. 황대인이 다쳐 교체된 뒤에는 김석환을 1루수로 투입했고, 다음날에는 류지혁이 1루수로 이동했다.
황대인의 부상은 깊지 않다. 열흘 뒤면 돌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사이 1루에 특정 선수를 고정하지는 않지만 팀의 매우 중요한 시기인만큼, 잘 치고 나가는 선수가 있으면 그대로 계속 출전하게 될 수 있다. 집중하라는 당부는 출전하는 선수 모두를 향한 것이다. 김종국 감독은 “상황에 맞춰 돌아가며 기용하려 한다. 하지만 빈 자리는 다른 선수가 차지할 수 있다. 선발로 나가 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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