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여인을 업고 개천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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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젊은 수도승이 길을 가다 물이 불어 개천을 건너지 못하고 서 있는 여인을 만났다.
한 수도승이 "제가 건너드리겠습니다"하고 여인을 등에 업고 개천을 건넜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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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두 젊은 수도승이 길을 가다 물이 불어 개천을 건너지 못하고 서 있는 여인을 만났다.
한 수도승이 "제가 건너드리겠습니다"하고 여인을 등에 업고 개천을 건넜다.
여인은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남기고 길을 떠났고 두 수도승은 남은 길을 계속 걸었다.
한참을 가다가 한 수도승이 입을 열었다.
"스님, 우리는 출가 수행자로서 여인을 가까이도 할 수 없는데 왜 여인을 업고 개천을 건넜습니까?"
그러자 여인을 업고 개천을 건넜던 수도승은 "나는 개천을 건너자마자 여인을 내려놓았는데 스님은 지금도 여인을 업고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골퍼들에게 '헤드 업 하지 마라'는 반드시 지켜야 할 지상 명제다. 그냥 눈으로만 보면 선수들도 헤드 업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슬로우 모션으로 찍은 영상을 보면 클럽 헤드가 공을 지나갈 때만은 결코 머리를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딱 한 사람 예외가 있다면 살아있는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이다. 눈으로 봐도, 슬로우 모션으로 봐도 헤드 업을 한다. 다운 스윙을 하는 것과 동시에 머리는 목표 방향을 향한다. 단 머리는 들어도 공을 가격하는 순간 상체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원칙만은 철저하게 지킨다.
헤드 업을 금기시하는 것은 머리를 들면서 상체도 함께 일으키는 실수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상체를 일으키면 스윗 스팟에 정확히 공을 맞힐 수 없다.
헤드 업을 방지하기 위해 골프화 콧등에 'baga'라는 글을 써놓는 사람도 봤다. '머리 박아'를 영어로 쓴 것으로 스윙하는 순간 헤드 업을 하지 않기 위한 그만의 비방인 셈이다.
그런데 헤드 업의 공포에서 벗어났는데도 지나치게 헤드 업에 집착하는 바람에 자연스러운 스윙을 방해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헤드 업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수준인데도 스윙 때마다 헤드 업의 공포를 떠올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우(杞憂)다. 이 때문에 자연스런 스윙이 만들어지지 않아 방향성이나 비거리에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는 바람에 샷의 효율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골프를 하면서 고수들로부터 듣는 '지당한 말씀'은 많다. 굿샷이든 미스샷이든 지난 것은 잊으라 하고 아깝게 놓친 버디 찬스의 기억이나 지난 홀의 악몽을 털어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 지당한 말씀에 너무 집착하면 정작 눈앞의 샷에 집중할 수가 없다. 떨쳐버리려 해도 마음 한 구석에서 스물스물 고개를 쳐들고 아픈 기억이 더욱 뚜렷해지게 마련이다. 지당한 말씀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한다.
뗏목은 강을 건널 때는 필요하지만 강을 다 건너왔는데도 뗏목을 끌고 가는 것은 어리석다. 장화는 진흙 길을 걷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정상적인 길에서는 걸음을 방해한다.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리고 진흙 길을 지났으면 장화를 벗어 던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지침이나 철칙도 지나치게 거기에 집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대는 여전히 여인을 등에 업고 있는 수도승처럼 골프를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고 보면 골퍼의 최고 경지는 아무래도 빈 마음인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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