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둔 바이든, 바이오 美 생산 위해 2.8조 돈 푼다(종합)

김정남 2022. 9.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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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오 자국 생산 위해 20억달러 투자
전기차·반도체 이어 바이오마저 직접 생산
오직 '메이드 인 아메리카'..韓 타격 받나
"바이든, 중간선거 앞두고 동맹도 안 보여"
북미 오토쇼서 미국산 홍보하며 표심 자극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바이든 행정부가 생명공학 분야의 자국 생산을 지원하고자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한다. 전기차, 반도체 등에 이어 핵심 물자들을 미국 안에서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간선거를 목전에 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위한 돈 풀기를 공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2 북미 오토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바이오 자국 생산 위해 20억달러 투자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알론드라 넬슨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 등 백악관 고위 인사들은 이날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회의를 열었다. 이들 외에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장관, 캐슬린 힉스 국방차관, 주얼 브로노 농무차관 등 관련 부처의 고위급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회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헬스케어 외에 에너지, 농업 등 바이오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일단 20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향후 5년간 국내 바이오 생산기반을 구축하는데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민간과 공공 부문 파트너 모두에게 상업과 국방 분야 공급망에 모두 중요한 화학물질의 제조 능력을 확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또 바이오 생산시설을 사이버 공격 등으로부터 막는데 2억달러를 쓰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전염병 대응에 필요한 약물에 들어가는 원료와 항생제 생산에 4000만달러를 쓰기로 했다. 이외에 에너지부는 바이오매스와 폐기물로 연료, 화학물, 소재를 만드는데 필요한 연구개발과 상업화 등에 1억6000만달러를 투자한다. 농무부는 혁신 비료를 자체 생산하는데 2억50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이같은 계획을 통해 물가를 완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또 공급망을 강화하고 보건 상황을 개선하고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해외에서 미국의 지정학적 비교우위를 강화하려면 미국 내에서 국력의 원천을 채우고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며 “생명공학은 그 노력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생명공학을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반도체 제조와 첨단 통신 등에서 다른 국가를 뒤쫓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며 “생명공학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도 없다…오직 ‘메이드 인 아메리카’

미국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행보는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복잡하게 주판알을 튕겨야 하는 생존의 문제다. 당장 한국의 현대차(005380)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서 타격을 입을 처지다.

바이오 역시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평가다.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 중 미국과 수주 계약을 맺은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정도다. 문제는 이들의 생산시설이 한국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CDMO 기업들이 생산공장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의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눈 앞의 중간선거에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사활이 걸려 있는 만큼 지금은 동맹국인지 아닌지 등을 따질 분위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도 미국산 전기차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22 북미 오토쇼’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제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고 충전 속도가 빠른 미국에서 만들어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며 “미국이 자동차의, 또 제조업의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제조업이 돌아왔고 디트로이트가 돌아왔고 미국이 돌아왔다”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전시장을 둘러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이 미국을 건설했고 노조가 중산층을 만들었다”며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추켜세우며 표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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