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 톡!] 우마무스메 챔피언스 미팅 "저도 무관입니다.."
"이건 꿈이야... 현실이 아니야…"
지난달 22일 챔피언스 미팅 개최 공지 이후 결승 엔트리 등록일인 9월 12일까지 종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이하 우마무스메)'만 붙들고 있었습니다. 무념무상으로 하던 반복 육성에 목표가 생기니 루즈했던 트레이너 생활에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첫 PVP 이벤트인 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꼭 유관 트레이너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룸 매치가 열리자마자 콘서트 티켓팅하듯 누구보다 빠르게 3착 안으로 들어와 키운 말들을 시험해 보며 조합을 고민했어요.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선행 타이키 셔틀, 선입 그래스 원더, 추입 골드 쉽의 2에이스 1서브 에이스 조합이었습니다.
선행 각질을 끝까지 고민했는데 선행 마르젠스키를 키우기엔 시간이 촉박했고, 페이스 메이커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선행 오구리 캡도 애매할 것 같아 빅토리 샷과 홍염 기어를 동시에 터트리며 3위에서 치고 올라가도록 선행 타이키 셔틀을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결승 라운드 전까지는 타이키 셔틀이 페이스메이커로 톡톡히 활약을 해줬습니다. 그래스 원더도 렛츠 아나볼릭과 능숙한 환승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면 독점력으로 발목을 붙잡는다는 전략을 제대로 수행했고, 골드 쉽이야 컨디션만 저조 이하가 아니라면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결승도 대진운만 따른다면 무난하게 유관 트레이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대진 상대들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 더비는 "가장 운 좋은 우마무스메가 승리한다"라고 했던가요. 경주마 일생 단 한 번 출전할 수 있는 가장 위상이 높은 대회, 일본 더비에서 치러진 타우러스 배 결승은 그야말로 운칠기삼 그 자체였습니다.
■ "예선은 분위기 좋았는데…"
룸 매치 도입 이후 다들 선행 페이스메이커의 강력함을 느끼고 대부분 엔트리에 선행 각질을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심볼리 루돌프와 그래스 원더 선입 2독점력 체제에 골드 쉽 에이스 조합을 생각했는데, 선행 페이스메이커 오구리 캡의 독주에 당하고 나니 선행 각질을 채용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타이키 셔틀이 예선에선 정말 제몫을 해줬습니다. 랜덤 컨디션인데도 준수한 지능과 선행의 요령으로 페이스 메이커를 차지하고 독주로 달려나가거나, 최종 코너에서 3위로 진입해 본인 고유기인 빅토리 샷과 홍염기어를 동시에 발동시키며 순식간에 선두를 차지하곤 했어요.
그래스 원더는 승률은 낮은 편이었지만 복승률은 매우 높았고, 독점력의 유효 타율이 높아서 채용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골드 쉽이야 두 말할 나위 없는 에이스였고요.
다만 원호의 마에스트로 힐 스킬이 중반 첫 코너에 터지는 터라 상대로 2역병을 만나면 스태미너가 불안했습니다. 스태미나를 좀 낮춘 대신 추가로 회복 스킬인 하굣길의 스페셜리스트를 채용했습니다. 중반 속도기가 너무 많으면 고유기도 발동 못한 채 역분사하는 일도 빈번했기 때문에 중반 속도기 대신 자리싸움과 최종 가속에 도움이 되는 파워 스탯과 지능 스탯에 조금 더 힘을 줬습니다.
여담으로 월간 트윙클 증간호가 제법 내용이 알차더라고요. 경기에 출전하기 전 각 우마무스메의 인터뷰, 주목받는 우마무스메, 최근 경기 승률 등이 나와있는데 정말 경마장에서 나올 법한 팸플릿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 "무엇이 문제였을까…"
솔직히 정말 아쉬웠다고 밖에는 말을 못 하겠네요. 골드 쉽의 역분사를 우려해 중반 가속기를 덜어낸 결과는 고유기를 발동한 채 7위에 그쳐 홍염 기어의 불발을 초래했습니다. 먹보와 원호의 마에스트로가 중반 진입과 동시에 터지자 후반 스퍼트할 스태미너 부족으로 타이키 셔틀은 홍염 기어와 빅토리 샷을 동시에 발동했는데도 침몰했습니다.
그래스 원더의 독점력만 터졌더라면 스펙 차이가 나는 터라 우승도 노려볼 수 있었을 텐데, 남의 독점력은 칼 타이밍에 터져도 저는 터지지 않더라고요. 제 골드 쉽의 스피드가 가장 높았는데 왜 중반 9위에서 멈춰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번 레일을 배정받아 마군 사이에 갇혀 치고 올라오지 못했던 것 같아요. 리플레이를 몇 번씩 돌려 봐도 왜 못 올라오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스태미너 부족도 아니었고 스피드, 파워가 200 가까이 차이나지만 질 경기는 진다. 이게 바로 냉혹한 레이스의 세계인가 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래도 고생한 말들을 스크린 샷으로 남겼습니다.
■ "언젠간 내게도 운수 좋은 날이 오겠지"
이로써 길고 긴 챔피언스 미팅 일정이 끝났습니다. 나만 없는 플래티넘 칭호에 분한 것도 잠시, 저보다 더 열심히 깎은 말들도 무관으로 그친 걸 보면서 쓰린 속을 달랬습니다.
여러 번 치러지는 예선과 달리 단판 승부로 결과가 정해지는 결승 레이스는 정말 운이 좋은 우마무스메가 승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저도 이번 타우러스 배 챔피언스 미팅을 치르며 절실하게 체감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게 챔피언스 미팅 콘텐츠의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딱 떨어지는 스탯, 유효 스킬들을 계산해 즉시 결과가 나온다면 경주를 직접 지켜보는 재미가 없긴 하겠죠. 모름지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인생이 재미있고, 인생과 경마가 닮은 꼴인 것 아니겠습니까.
씁쓸한 성적표를 뒤로하고, 저는 이제 제미니 배에 출전할 말들을 깎으러 갈까 합니다. 혹시 아나요. 어쩌면 다음 챔피언스 미팅에서는 제가 이변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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