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왕조 마무리 정대현이 SSG 마무리 문승원에게 전하는 '마무리의 삶'

정철우 2022. 9. 15.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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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현 동의대 투수 코치는 SK(현 SSG)가 배출한 레전드 마무리 투수다.

SK 왕조가 시작된 2007 시즌 27세이브,3홀드, 평균 자책점 0.92를 기록하며 팀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2008 베이징 올릭픽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서 걷어 낸 병살타는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다. 정 코치는 한국 야구 마무리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이다.

SK 마무리 시절의 정대현. 사진=MK스포츠 DB
그런 그에게 SSG 새 마무리 문승원에게 전할 메시지를 요청했다. 선배 마무리로서 새내기 마무리에게 해 줄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 코치는 한사코 사양을 했다. "마무리 투수로 대단한 기록을 세운 것도 아니고 지금은 대학 코치인 만큼 프로야구에서 톱 클래스의 위치에 있는 문승원에게 뭔가 말할 자격이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참을 부탁을 해서야 그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문승원이 꼭 새겨 들어야 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 코치는 마무리가 불펜 투수들 중에서 몸은 가장 편한 보직이라고 했다. 또한 코칭 스태프의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정 코치는 "경기 상황에 따라 아무 때나 나가야 하는 중간 계투 투수들 보다 9회 1이닝만 준비하면 되는 마무리는 몸이 편한 보직이라 할 수 있다. 또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라는 것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 대신 상상하기 어려운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보직이 마무리"라고 풀이했다.

정대현은 겉으로 보기엔 평안스럽기 그지 없었지만 7회 부터 헛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했었다.

마무리 투수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경기는 점수 차가 벌어져 세이브 상황이 되지 않을 때라고 했다. 그런 경기서 관리를 잘해야 정말 팀이 필요로 하는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코치는 "처음 마무리를 할 때 세이브 상황이 아닌 경기에 나가면 집중이 잘 안됐다. 그래서 놓친 경기가 몇 경기 있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심리적으로도 크게 무너져 며칠 동안 여진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부터 점수차가 벌어진 경기에 더 집중했다. 세이브 상황을 내주는 것도 아픈 경험이지만 세이브 상황이 아닌 경기를 내주게 되면 충격이 몇 배로 컸다. 그런 경기에서 집중할 수 있어야 좋은 마무리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대에게 조그마한 틈도 보여주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대목이라고 짚었다.

정 코치는 "투수는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보직이다. 마무리는 특히 더 하다.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그마한 틈이라도 생긴다면 마무리를 실패할 확률이 높다. 결과가 안 좋으면 수렁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챙겨야 할 훈련을 지나쳤다거나 준비가 소홀해 경기를 내주면 그 파장이 몇 경기씩 이어지곤 했다. 이런 틈은 자신의 밸런스라던지 점수차가 큰 경기서 마인드가 흐트러지던지 하면 나타난다. 곧 팀의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마무리는 단 한 순간도 여유를 가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 두점 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틈이 생기면 결국은 좋은 마무리 투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건, 특히 세이브가 아닌 상황에서 더 집중하고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좀 더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컨디션도 결국 마인드 컨트롤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전력을 다해서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최고의 공을 던졌던 것 같다. 마무리는 그래야 하는 보직이다. 팀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투수라는 것을 인정 받은 투수이기 때문에 그 책임감을 다하려면 단 한 순간도 방심해선 안된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베스트를 하지 않기 시작하면 그런 것들이 쌓여 밸런스가 무너지고 안 좋은 결과들이 이어진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어떤 순간에도 100%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문승원이 첫 실패를 경험한 경기는 4점차로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려고 하진 않았겠지만 마음 속에 작은 틈이 생겼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틈이 있었다면 다음부터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정대현 코치의 말 처럼 보다 철저하고 세밀하게 준비하고 훈련하며 마무리로 성장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작은 틈도 상대에게 보이지 않겠다는 완벽을 추구하는 야구를 하는 것이다.

대 선배 정대현의 경험 200%가 담긴 진심어린 조언이 새내기 마무리 문승원에게 제대로 전달 될 수 있을까. 문승원의 가슴에 정대현의 정신이 이식된다면 문승원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마무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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