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한파에도 IPO 도전 문전성시..흥행은 물음표

한수연 2022. 9. 15.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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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제외해도 9월에만 기업 7곳 동시 출격
흥행카드는 특이한 사업모델·저평가 기업

미국의 강도높은 긴축이 예고되면서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무대는 문전성시를 이룰 전망이다. 하반기 대어로 손꼽히는 더블유씨피(WCP)를 필두로 2차전지와 리츠, 바이오 등 업종을 막론한 기업들이 곧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서다.

다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쏘카가 바로 지난달 IPO 흥행에 참패한 데다 시장 상황 또한 녹록지 않아 기업들의 도전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WCP, 공모금액만 최소 7200억…2차전지 흥행 통할까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를 제외하고도 이달에만 WCP와 KB스타리츠, 알피바이오 등 7개 기업이 수요예측과 청약을 모두 실시한다. 이들 기업의 공모규모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역대 최대 상장 공모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연초 증시 입성 이후 국내 IPO 시장의 월간 주식 발행규모가 줄곧 1조원을 하회했던 점을 고려하면 약 8개월 만에 조 단위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당장 이날까지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0~21일 공모청약을 예정한 WCP는 희망 공모범위(8만~10만원) 기준 공모금액만 7200억~9000억원에 이른다. 이대로 상장하면 시가총액은 2조7207억~3조4009억원에 달하게 된다. 

업종 또한 흥행 가능성이 큰 2차전지다. 앞서 성일하이텍과 새빗켐, 에이치와이티씨 등 최근 IPO를 진행한 2차전지 기업들은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모두 흥행한 데 이어 상장 이후 주가 흐름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WCP는 2차전지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함께 국내 전기차용 분리막 시장에서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다. 분리막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과 함께 배터리 4대 핵심소재로 2차전지 원가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액 1854억원, 영업이익은 404억원이다.

간만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도 IPO 시장에 출격한다. KB금융그룹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속형 상장 리츠인 'KB스타리츠'다. 오는 16일까지 이틀간 공모청약을 실시한다. 주당 공모가는 5000원이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리츠주에 대한 투자심리 전반은 좋지 못하지만, 편입자산인 벨기에 노스갤럭시타워와 영국 삼성전자유럽본사(삼성유럽HQ)가 우량 임차인을 보유한 데다 연 환산 7%대 후반의 배당수익률을 약속한 점은 투자 매력을 높인다. 

바이오 기업들도 출격…페길레이션 등 기술력 주목

그간 IPO 시장에서 '가물에 콩 나듯' 했던 바이오 기업들도 모처럼 상장 채비를 마쳤다. 먼저 건강기능식품용 연질캡슐을 생산하는 알피바이오는 이날까지 수요예측에 나선 뒤 오는 20~21일 청약을 받는다. 희망 공모범위는 주당 1만~1만3000원으로 공모주식 120만주 전량이 신주발행이다. 공모규모는 120억~156억원이다.

선바이오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 도전이다. 신약후보 물질의 효과를 높이는 페길레이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오는 16일과 19일 수요예측을 거쳐 22~23일 청약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범위는 주당 1만4000~1만6000원이다. 공모주식 수는 61만6000주로, 공모금액은 99억원 수준이다. 

이밖에도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한국타이어그룹 계열 시제품 제작사 모델솔루션, 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회사 이노룰스가 이달 차례대로 청약에 나선다. 

이처럼 IPO 시장은 북적이지만, 관건은 흥행 여부와 상장 이후 주가다. 시장에서는 앞서 쏘카 등에서 확인된 침체된 투자심리를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 팽배하다. 

실제 쏘카의 경우 전일 종가가 2만800원으로 상장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공모가(2만8000원)는 물론 2만원대를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다만 냉각된 IPO 시장에서도 기회는 찾기 나름이라는 평가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IPO 시장은 그리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라면서도 "불안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특이한 사업모델을 가진 강소기업은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증시에 새로 입성하는 기업들의 경우 실적 업데이트가 늦거나, 소외돼 저평가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성장성이 보이고, 업종 내 타사 대비 저평가된 기업들 위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수연 (papyru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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