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인상에 조합원 분양가도 '쑥'.. 강북 84㎡도 10억 넘었다
공사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정비사업장의 조합원 분양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강남 이외 지역에서도 전용 84㎡ 아파트 조합원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분양가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합원 예상분양가를 공개한 이문4구역 조합은 전용 84㎡ 분양가를 10억305만~10억1466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문4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전용 20㎡~118㎡짜리 3268가구로 구성된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인데, 중간규모인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가 10억원을 넘긴 것이다.
조합원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종전자산 추정가액이 높은 일부 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가구가 분담금을 내야한다. 조합원 분담금은 평형별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종전자산 추정가액을 기준으로 산출)을 뺀 값으로 정한다. 이문4구역의 경우 조합원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분담금도 오르게 됐다.
실제로 이문4구역 조합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구역의 조합원들이 보유한 주택의 종전 평균가액은 6억원이다.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입주하려면 조합원 분양가가 6억이 넘지 않는 아파트를 골라야하는데, 조합원이 선택가능한 주택 중에서는 전용 44㎡(5억8787만원), 전용 39㎡(5억2488만원)짜리만 이 조건에 해당한다.
이문4구역의 한 조합원은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이라 조합 측이 제시한 추정치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조합원 대다수는 이 금액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대지지분이 작아 내야할 분담금이 큰 조합원은 입주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동안 전용 84㎡의 조합원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주로 강남 등 집값이 비싼 동네에서만 보던 일이다. 지난해 감정평가를 거쳐 조합원 분양가를 확정한 한남3구역에서는 전용 84㎡의 조합원 분양가가 14억원선이었고, 전용 59㎡도 10억원을 넘겼다. 가장 큰 평수인 전용 152㎡ 아파트의 경우 24억원에 달했다. 올해 초 사업시행계획을 의결한 대치우성 1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경우 전용 59㎡의 조합원 분양가가 18억원선이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다른 지역에서도 조합원 분양가가 10억원을 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작년 말 감정평가를 거쳐 조합원 분양가를 통지한 흑석11구역은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9억8000만~10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가장 작은 전용 59㎡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격도 7억4000만~7억8000만원선으로 정해지면서 추정분담금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강동구 둔촌주공의 조합원 분양가가 전용 84㎡ 기준 8억~9억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강북 지역의 조합원 분양가가 많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기존에는 강남과 인접해 사업성이 높은 지역 위주로 조합원 분양가가 높게 형성됐다면 이제는 강남과 거리가 먼 곳에서도 추정분양가가 오르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높아진 공사비가 조합원 분양가 인상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시멘트 업계에서는 지난 4월 가격을 15~18% 인상한 데 이어 이달에도 15%의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과 비교해 철근가격은 72%, 내수합판 가격은 장당 2배 이상 오르는 등 건축 원자잿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서울 정비사업구역에서는 평당 공사비가 900만원을 넘긴 사례(동대문구 용두1구역 6지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조합원에게 싸게 공급하면 일반분양에서 많이 벌어야 수익이 나는데 요즘처럼 공사비가 오른 상황에서는 조합원 분양가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반분양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조합원 분양가를 높이는 단지가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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