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교권침해 심화는 인성교육 부재 탓"[만났습니다]
"학생인권조례 더해 인성교육 부족이 원인"
"고 1·2 학력평가 연 2회→4회로 확대 추진"
"9시등교 자율, 등교시간 관여 말자는 취지"
최근 경기도 수원에서 초등학생이 흉기로 교사를 위협한 데 이어 충남에선 한 중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눕는 일까지 발생했다. 임 교육감은 “유치원·어린이집을 의무교육단계에 편입시키는 유아교육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고, 유아교육 단계부터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임 교육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심화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현재 고1, 2의 경우 연간 2회 치르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내년부터 고3과 마찬가지로 4회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임태희 교육감과의 일문일답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학력격차·학력저하 문제가 심화됐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었다는 점이 문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1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심각하다. 특히 고등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국어에서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전년도 6.8%에서 7.1%로, 수학은 13.5%에서 14.2%로, 영어는 8.6%에서 9.8%로 상승했다.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교과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경기도교육청은 예산을 학력저하 해소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현재 고1, 2의 경우 연간 2회 치르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내년부터 고3과 마찬가지로 4회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초·중학생들의 경우엔 다양한 개인 재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진단평가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는 획일적 평가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평가가 아닌, 학력 진단을 통해 개인 맞춤형 처방을 내리기 위한 것이다.
-최근 초등학생이 흉기로 교사를 위협하거나 중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눕는 사례가 발생, 교권침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학생 인권만을 과도하게 강조한 학생인권조례도 교권침해의 원인 중 하나다. 이는 학생에 대한 체벌금지·소지품검사금지·집회자유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로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등 7개 교육청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의 교권침해 논란은 인성교육의 부재가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가정과 마을공동제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을 받았지만 지금은 이런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다. 유치원·어린이집을 의무교육단계에 편입시키는 유아교육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고, 유아교육 단계부터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성교육은 지식 전달로 체득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릴 때 시작할수록 교육효과를 높일 수 있다. 유아교육 단계에서 한글·영어를 가르치는 것보다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게 먼저다.
-취임 후 9시 등교 자율화를 단행했는데 반대 여론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9시 등교 자율화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9시 등교 자율화는 등교 시간조차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지 못할 정도로 교육청이 점검하고 보고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 단행했다. 앞으로는 교육청이 등교 시간을 관여하지 말고, 교사·학부모·학생 의견을 종합해 학교별로 등교 시간을 정하라는 취지다. 그렇게 하면 학교에 따라 다양한 등교 시간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특히 등교 시간 자율화는 경기교육의 ‘자율’ 원칙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교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높이고, 이를 통해 획일적 교육 현장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교육청 차원에선 9시 등교 여부를 일일이 점검하지 않고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계획이다.
- 최근 기재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중 일부(3조6000억 원)를 대학에도 투자한다고 해 논란인데 이런 교부금 개편에 대한 의견은.
△교육교부금은 의무교육에 투입하는 예산으로 이를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도의 경우 학생 수가 전국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곳이다. 지금도 경기도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지속 유입되고 있다. 이에 따른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과밀학급 등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한 곳이 경기도다. 도내 학생 수는 전국(587만9768명) 대비 28%(165만1850명)를 차지하는 반면 경기도에 배정된 교육교부금 중 보통교부금은 올해 기준 전체(63조2179억원)의 22.6%(14조2958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교육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반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존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획일적 교육을 벗어나 다양한 교육 수요를 담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자사고 존치에 찬성한다. 다양한 교육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학교 유형과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필요하다. 자사고는 설립 취지·목적에 맞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해줘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자사고·일반고·특성화고가 각각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갖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 교육 수요에 맞춰 기존 직업계고(마이스터고·특성화고)의 학과·교육과정을 개편, 취업 연계 학교로 운영할 방침이다.
-최근 교육계가 ‘만 5세 입학’ 정책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육 여건에 따라 유아교육단계에서의 교육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에 만 5세에 대한 국가 책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부가 만 5세 입학 정책을 꺼냈다가 사회적 반발에 직면했는데 이는 사실 범부처적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 접근했어야 했다. 지금은 60대 퇴직 후 20~30년간 은퇴 생활을 해야 하는 시대다. 정년 연장과 청년 입직연령을 당기는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국가적 논의 과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청년 입직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그 시행방안으로써 만 5세 입학을 논의해보자고 접근했으면 이번과 같은 전방위적 반발은 없었을 것이다.
-경기도는 2007년 교육감직선제 도입 후 진보 교육감이 연이어 당선된 곳으로 임 교육감 취임 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앞으로 우리 학생들은 지금까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 배운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역량을 갖추도록 ‘자율·균형·미래’ 원칙을 바탕으로 경기교육을 진단하고 원칙에 어긋나는 부분부터 바꿔나갈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거나 현장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 개선 대상이다. 혁신학교 등 기존 정책을 평가·점검하는 과정을 거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좋은 사례는 공유하겠다.
△1956년 경기도 성남 △경동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석사 △영산대 경영학 명예박사 △제24회 행정고시 합격 △청와대 경제비서실 금융담당 행정관 △16·17·18대 국회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실 실장 △국립 한경대 총장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 △경기도교육감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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