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원가 공개의 통쾌함,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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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판 '원가 공개 제도'인 예대금리차 월별 공시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공시 시행 전만 해도 은행들은 "예금과 대출 금리는 '철저히 은행 고유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니 예대금리차가 공개돼도 금리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공시가 시작되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에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권에서 배제되는 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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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승 등 우려 여전..부작용 최소화 노력 나서야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은행판 '원가 공개 제도'인 예대금리차 월별 공시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우려와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현재로선 연착륙하는 분위기다.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자'는 제도의 취지처럼 금융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네티즌들은 블로그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예대금리차 공시'를 공유하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은 꺼려지게 된다', '은행들이 얼마나 수익을 가져가는지 궁금했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 '내 신용점수에 맞는 금리대를 알 수 있어 유익하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은행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공시 시행 전만 해도 은행들은 "예금과 대출 금리는 '철저히 은행 고유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니 예대금리차가 공개돼도 금리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공시가 시작되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명분까지 만들어준 후엔 대놓고 금리 경쟁에 돌입했다.
예대금리차는 이자 이익을 주된 수익으로 삼는 은행으로선 핵심 '수익 지표'다. 지난해부터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들이 서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핵심 마진 지표까지 공개되면 여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을 게 뻔했다. 꽁꽁 감춰야 할 영업 기밀이 만천하에 공개됐으니, 쩔쩔매는 건 당연하다. 현재까지는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금융시장이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예대금리차 공시의 부작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미 금융권 안팎에선 조만간 공시 부작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다. 변동형 대출의 기준금리는 은행 수신금리에 연동된 코픽스다. 은행들이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면, 코픽스도 상승해 결과적으로 대출 이자가 늘어나게 된다. 누군가는 이자 이익을 얻어 행복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고통이 커지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차주의 신용도가 반영되는 대출금리 구조상 금리를 깎을수록,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마지노선에 서 있는 차주들이 탈락하게 된다. 아예 정책금융상품을 비롯해 중금리 대출 취급 규모를 줄일 여지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에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권에서 배제되는 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단순히 은행들의 앓는 소리가 아니다. 당장 은행연합회는 15일 8월 코픽스를 발표할 예정인데,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게 유력하다. 두 번째 예대금리차 공시가 이뤄지는 오는 20일이면 저신용자 탈락 여부도 알 수 있다.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예대금리차 공시'의 목적은 금융소비자의 편익 향상이다. 합목적성을 잃은 정책은 공격을 받기에 십상이다. 모든 제도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느냐 안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수십 년 동안 비밀에 부쳐졌던 은행들의 원가를 끄집어낸 건 분명 획기적인 발전이다. 그렇다고 '통쾌함'에만 젖어있을 수 없다. 이제는 다듬을 때다. 보완하면 보완할수록 예대금리차 공시는 금융소비자에게 필수불가결한 제도가 될 수 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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