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K방산]① 글로벌 4강 향한 질주..올해 수출 100억달러 넘는다

박응진 기자 2022. 9. 1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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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수출 대박 등 대규모 계약 잇따라.."올해 수출 6~7위 전망"
호주·노르웨이 등 수출 길 확대 정조준..첨단 무기 개발 총력전

[편집자주] ‘K-방산’이 질주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에서 터진 수출 ‘잭팟’은 가성비까지 겸비한 ‘K-방산’의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못이룰 꿈만은 아니라는 희망가도 울리고 있다. 하지만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 등 개선해야할 해묵은 규제도 쌓여있다. 뉴스1이 글로벌 4강을 정조준한 ‘K-방산’의 희망찬 현주소와 풀어야할 과제, 나아가야할 방향을 진단해 본다.

현대로템의 K2 전차.(현대로템 제공) 2022.8.2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진입해 방위산업을 전략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K-방산'의 글로벌 4강 진입 목표를 천명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수출 규모 자체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인 나라들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최근 K-방산의 수출 대박을 감안하면 못 이룰 꿈은 아니다'라는 희망찬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현대로템과 한화디펜스는 폴란드 모롱크시 소재 기계화 부대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각각 K2 전차, K-9 자주포 수출을 위한 57억6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 규모의 1차 이행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방산기업들과 폴란드 군비청이 지난 7월27일 맺은 포괄적 합의 성격의 총괄계약을 실제 이행한 첫 번째 후속 계약이었다.

이번 1차 이행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잔여 수량에 대해서는 이르면 올해 내 체결될 2차 이행계약에 담길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 첫 이행계약은 조만간 체결될 전망이다.

K-9자주포 사격훈련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2020.11.13/뉴스1

지난 7월 총괄계약에서는 현대로템의 K2 전차 1000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672문, KAI의 FA-50 48대에 대한 수출이 합의된 바 있다. 총 계약 규모는 25조~4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 방위산업 사상 최대 수출 규모다.

지난해 12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펴낸 '2021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보면 우리나라가 2016~2020년 5년 동안 전 세계 무기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7%로 분석 대상 64개국 중 9위를 기록했다.

2011~2015년 대비 2016~2020년 전 세계 무기 수출 비중의 변화를 보면 우리나라 비중은 0.9%에서 2.7%로 세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 중 우리나라 비중이 가장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이하 비중 증가율 59%), 프랑스(44%), 독일(21%), 미국(15%)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국가들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우리 기업들의 방산 수출 규모는 2010~2020년 연 3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인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출 호조가 반영된 K-방산의 위상은 내년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하반기에 발표할 '2023 세계 방산시장 연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우리나라가 6~7위로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엔 연초부터 낭보가 들려왔다. 지난 1월 LIG넥스원과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간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의 35억 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이는 폴란드 수출 대박이 터지기 전 국내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출 기록이었다.

K-방산은 호주와 노르웨이 등으로 수출 길을 넓히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지난해 12월 호주 정부와 1조원대 규모의 K-9 자주포 도입 계약을 맺은데 이어 현재 '레드백' 장갑차의 호주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레드백은 한화디펜스가 호주 수출을 위해 호주에서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의 이름을 따 만든 호주 맞춤형 장갑차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호주 측은 9월 중 (장갑차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레드백 장갑차의 호주 수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종 계약이 성사되면 공급 규모가 수백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노르웨이의 주력전차(MBT) 사업에서 경쟁 중이다. 노르웨이는 다음달 중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K2 전차는 시험평가·기술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로템은 K2전차 외에도 차륜형장갑차와 장애물개척전차의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화디펜스의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 (한화디펜스 제공) 2021.1.12/뉴스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주변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군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K-방산의 수출 축포가 잇달아 터질 수 있다. 특히 수출 규모가 큰 건의 계약은 연초보단 연말에 성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차기 자주포 사업, 미국의 장갑차 교체 사업 등도 국내 방산기업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수출 무대다. 선진국 방산기업들은 재래식 무기로 간주하는 전차, 자주포 등의 개발을 신경 쓰지 않아, 관련 생산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과 대치하며 재래식 무기 개발·생산을 꾸준히 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FA-50 제작사인 KAI는 이번 폴란드 수출을 발판 삼아 인접국인 슬로바키아 등 인근 나토 회원국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나토 비회원국인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도 FA-50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KAI는 향후 10년간 1000대의 FA-50을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의 연안경비함(OPV)과 잠수함 등 신형 함정 도입 사업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의 능동위상배열레이다(AESA)도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D&S 2022'에 참가해 천궁-II를 비롯해 신궁, 한국형GPS유도폭탄, 해궁, 비룡 및 원격사격 통제체계 등 다양한 무기체계를 선보이며 판로 개척에 나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거듭나는 게 허황된 꿈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을 선언한 만큼 수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정 산업연구원 기계·방위산업실 전문연구원은 "국내 방산기업들이 앞으로 매년 100억달러 이상의 방산 수주에 성공한다면 5년 뒤엔 한국의 수출 규모가 전 세계 5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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