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선제 핵타격'할 수 있다는데.. 美 확장억제 어떻게 담보하나

박응진 기자 2022. 9. 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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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대응 능력 있지만 한미 간 작전계획은 부재"
관련 훈련 등 통해 실행력 제도화 필요.. EDSCG 주목
미 공군의 B-52 전략폭격기와 우리 F-15K 및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 편대 비행. (공군 제공) 2016.1.10/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16일(현지시간) 외교·국방(2+2)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의체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1월 2차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가 4년8개월 만에 재가동되는 것이다.

'확장억제'는 미국의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미국 측이 자국 본토에 대한 위협·공격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지원하는 개념을 말한다.

미 정부는 그동안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의 공동성명에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 등 확장억제에 관한 표현들을 담으며 우리 측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해왔다.

특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가 이번 EDSCG를 통해 북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미국 측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가 계속되고 최근엔 핵무력 사용 정책을 법제화하기까지 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핵 위협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전략문제연구소(CSIS)·신미국안보센터(CNAS) 등 워싱턴 소재 주요 연구기관 소속 전문가 18명을 상대로 지난달 22~24일 조사한 데 따르면 이들 전문가 중 대부분은 "미국 측의 확장억제가 신형 전술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에 대해 전혀 부족함이 없는 핵·재래식 능력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또 미 전문가 상당수는 "북한의 핵사용에 미국 측은 재래식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군은 현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Ⅱ'를 기반으로 하는 핵능력과 B-52 전략폭격기 및 B-2 스텔스 폭격기를 이용해 투하할 수 있는 중력폭탄, 그리고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략·전술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특히 북한의 핵공격이 임박했거나 현실화됐을 때 미국 측의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KIDA의 이번 조사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미 전문가들이 "현재 한미 간엔 북한의 핵사용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아산정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형 3축 체계'가 미국 측의 확장억제와 어떻게 연결·보완되는지 명확하지 않고, △미국이 북핵에 무슨 수단으로 어떻게 대응할 건지 분명하지 않으며, △미국 측이 확장억제 조치 결정을 할 때 우리나라가 어떻게 참여·협의할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유럽 지역에 약 100개의 핵무기를 배치해 두고 있다. 러시아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또 미국은 벨기에·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튀르키예(터키)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무기 운영 계획 수립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유사시 이들 국가의 항공기에 미국 핵무기를 탑재·투발할 수 있도록 하는 핵무기 공유체제를 갖추고 있다.

미 해군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미시건'.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2017.4.25/뉴스1

이 때문에 전문가와 연구기관들로부턴 대북 확장억제와 관련해서도 실행 방법이 불분명한 '선언적' 차원을 넘어 그 구체적인 사항을 문서로 작성하는 등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한미 연합전력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대응하기 위한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단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한미 간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 조치를 위해 "미국은 핵무기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와는 어떤 절차를 거치고 결정해 실행할 건지를 협의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지금 북한은 30~60개에 달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를 지키고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선 현재 미국이 본토에 보관하고 있는 130여개의 전술핵무기 중 수십개를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이게 '확장억제'의 개념과도 부합되는 것"이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 등 그간 변화된 전략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작계(작전계획) 최신화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올 들어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했다. 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언제든 제7차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이달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 사용의 구체적 조건과 원칙이 담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핵무력정책에 대하여'(핵무력정책법)란 새 법령을 채택하기도 했다. 여기엔 비핵전(非核戰) 상황에서도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대남 선제 핵타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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