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광산' 폐배터리 시장..'물량' 완성차 vs '기술' 배터리, 승자는

김도현 기자 2022. 9. 1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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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테크노파크에 수거된 폐배터리 /사진=김도현 기자


중국이 움켜쥔 배터리 광물 의존을 탈피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폐배터리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수명을 다한 배터리에서 새 배터리 제작에 쓰일 광물자원을 추출하는 '폐배터리 재활용(Recylce)' 시장에 폐차 확보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완성차업체들이 가세하면서 배터리업계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폐배터리는 재활용과 재사용(Reuse)으로 구분된다. 재사용은 전기차 배터리로서는 수명을 다한 잔존 성능이 70% 안팎인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ESS용으로도 수명을 다한 뒤에는 재활용 대상이 된다. 결과적으로 전기차에 탑재된 모든 배터리가 폐배터리 재활용 된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과시키면서 폐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명확하게 규정되진 않았지만,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광물자원의 밸류체인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게 미국의 의지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한·중·일 3국 의존을 낮추고 자급화에 도전 중인 유럽에서도 유사한 행보가 감지된다.

배터리 개발·양산 능력은 한국·중국·일본 등이 세계 최정상급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배터리 광물자원의 상당수는 중국이 거머쥔 게 사실이다. 중국 내 리튬·코발트·망간 매장량이 세계 상위권으로 전해진다. 자연히 국내 기업들도 배터리 생산을 위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의 중국산 광물 의존도는 80% 이상이다.

다른 지역에 매장된 광물들도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다. 배터리 광물들이 대량 매장된 아프리카 대륙의 주요 광산들 상당수가 중국기업 또는 중국계 자본 소유다. 중국의 영향이 비교적 덜 미치는 캐나다·호주 등의 매장량은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인도네시아·남미 등의 경우 자원의 국유화·무기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투자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배터리업계가 재활용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미 폐배터리 시장에는 각종 석유화학 플랜트 시공 능력과 각종 금속제련 기술 축적을 통해 추출 능력을 확보한 건설·금속·철강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배터리업계는 이들에 비해 월등한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자부하며 시장진입에 별다른 긴장감을 보이지 않았지만 완성차업계의 진입에는 상당히 신경 쓰는 분위기다.

완성차 회사들도 관련 기술력에 있어선 배터리 회사들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폐배터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서다. 배터리의 소유권은 납품과 동시에 완성차 회사가 갖게 된다. 전기차 판매 이후에는 고객 소유다. 완성차 회사들은 고객의 차량 교체 시기에 배터리 보상판매 정책 등을 통해 폐배터리를 확보 가능하다는 이점을 지녔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가격 비중도 상당하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4530만원에 판매되는 기아 '니로EV' 배터리 가격은 2100만원이다. 기존 전기차 구매고객은 싼값에 신차 구매가 가능하고, 완성차 회사는 수요가 높아질 폐배터리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정부는 차량과 부품의 소유권을 분리할 수 없게 한 현행 자동차등록령을 개정해 전기차·배터리의 소유권을 구분 지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른바 배터리 리스 사업이 가능해지지만, 이 역시 판매 단계에서 완성차 업계의 입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업계는 앞서 구축한 전기차 공급망 파트너십이 폐배터리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파생사업이 등장할 것이고, 폐배터리 사업 역시 그중 하나"라면서 "폐배터리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확보 주도권이 완성차 회사에 있어, 이들이 배터리 기업과 설립한 배터리 합작사(JV)에 대거 물량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JV 등의 방식으로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체결된 파트너십이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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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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