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예고된 태풍에 속수무책.. 정상화 6개월 걸린다

조재희 기자 2022. 9. 1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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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태풍 충분히 예보됐는데.. 포스코, 대비 제대로 했나 따져볼 것"
포스코는 곧 정상화된다지만.. "압연라인 지하시설 대부분 침수
아직 피해규모 추산도 못한 상태, 광양제철소 설비 가져와야 할 판"
정부, 철강TF 출범.. 조사단 구성.. 일각선 "경영진 리더십 겨냥한 것"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에 고로 가동 중단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정부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14일 브리핑을 열고 “힌남노에 따른 포항 철강 산업의 피해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번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조기 정상화를 지원하되, 태풍으로 한국 대표 제철소가 마비된 데 대한 잘잘못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이야기다. 장 차관의 이날 브리핑은 전날 저녁 긴급하게 공지됐다. 일각에서는 포스코 경영진 리더십 문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전역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 1문 앞 도로도 승용차가 절반가량 잠길 정도로 침수됐다. 포스코에 따르면, 14일 오전까지 포항제철소 전체 배수 작업이 84% 정도 진행됐고 지하 시설물은 여전히 진흙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스1

◇정부·업계·협회 등 TF 구성… 정상화 때까지 운영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철강 산업 피해와 관련해 수해 현장 복구를 지원하고, 연관 업종 및 수출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TF’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앞서 장영진 차관은 “우리 산업 역사상 이 정도로 큰 피해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며 “철강재 생산 정상화 시기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산업의 공급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금주 중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민관 합동 철강수급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민동준 연세대 교수를 단장으로 산업연구원, 대한상의, 철강협회 등 관계기관과 산업부와 고용노동부, 업계 추천 기술 전문가로 구성된다. TF와 조사단 모두 포항 지역 철강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운영된다.

장 차관은 포스코 측의 설명과 달리, 제철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열연 2공장은 정상화되는 데 최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며 “스테인리스나 다른 제품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포스코 경영진이 이미 수차례 예고된 태풍에 대한 대비를 안일하게 한 측면이 있는지도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재 겹친 포스코

포스코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업황이 빠르게 나빠지는 국면에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까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포스코는 지난 10~12일 고로 3기부터 재가동했지만, 범람한 하천 인근에 있는 압연 공장 재가동 일정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열과 압력을 가해 완제품을 만드는 압연 공장이 마비되면서 연산 제품인 철강 특성상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더라도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 라인의 지하 시설물 대부분이 침수돼 배수와 진흙 제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하 설비 복구가 완료돼야 피해 규모를 추산하고 라인 복구·재가동 계획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포항제철소 전체 배수 작업은 84% 정도 진행됐다.

일각에선 설비를 복구하더라도 품질 기준에 맞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압연 설비가 토사에 잠겼는데 물에 잠긴 전기 설비는 상당수 새로 설치해야 한다”며 “포스코가 광양제철소에서 압연 설비를 포항제철소로 가져와 설치하더라도 설비가 제대로 돌아갈지, 품질은 제대로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포스코홀딩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7.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포항제철소 사태가 장기화하면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철강업체 임원은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9조2380억원을 나타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재고가 쌓이고, 수익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가운데 수해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철강수급조사단장을 맡은 민동준 연세대 교수는 “이번 주말쯤에는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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