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경로의 날? 혐로 반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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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1947년 일본 효고현의 한 마을 촌장이 '도시요리(としより)의 날'이란 걸 제정했다.
하지만 메이지 유신(1868)으로 무인 정권이 저문 지 약 80년이 됐고, 막부 도시요리의 위엄을 실제로 경험한 세대 역시 거의 사라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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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인 1947년 일본 효고현의 한 마을 촌장이 ‘도시요리(としより)의 날’이란 걸 제정했다. 도시요리는 막부시대 유력 봉건영주 가문의 중진 원로를 가리키던 용어. 하지만 메이지 유신(1868)으로 무인 정권이 저문 지 약 80년이 됐고, 막부 도시요리의 위엄을 실제로 경험한 세대 역시 거의 사라진 때였다. ‘도시요리’는 ‘노인’이라는 중립적 의미로 쓰이다가 ‘늙은이’쯤의 은근히 경멸적인 뉘앙스로 전락해가고 있었다. 물론 촌장의 취지는 ‘노인을 공경하고 그들의 지혜를 배우자’는 거였다.
작은 촌락의 경로잔치로 시작된 행사가 제법 호응을 얻으면서 1950년엔 효고현 당국이 이날을 기념했고, 1966년 일본 정부가 법을 개정, 9월 15일을 ‘게이로우노히(경로의 날)’로 명칭을 고쳐 국가공휴일로 지정했다.
농경시대가 저물고 노령자 비율이 증가하면서 세대 갈등도 점차 심화했고, 노인을 혐오, 기피하거나 심지어 증오하는 ‘제론토포비아(gerontophobia)’ 경향마저 낯설지 않아졌다. 경로라는 공세적 계몽적 구호는 역설적으로 혐로(嫌老)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수세적 호소의 의미로 변질돼 갔다. ‘영감탱이’ ‘늙다리’라는 말을 넘어 ‘틀딱(틀니 사용자)'이나 ‘연금충’ 같은 혐오 표현도 드물지 않게 쓰이고 있다. 이제 경로의 날은 ‘혐로 반대의 날’이라 해야 할지 모른다.
고령화사회에 가장 먼저 진입한 나라도 일본이다. 2020년 일본의 고령자 비율(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9.1%로, 2위인 이탈리아(23.6%)보다도 5%P 이상 높다. 한국의 고령자 비율은 2020년 통계청 집계 기준 15.7% 수준이지만 2025년이면 초고령화사회(고령자 비율 20% 이상)에 진입하고, 2050년 무렵 40%대에 이를 전망이다.
유엔은 1991년 ‘국제 노인의 날(10월 1일)’을 선포했고, 한국도 1997년 ‘노인의 날(10월 2일)’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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