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美 테크외교 돌입… 과학자·기술전문가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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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술 규범·기준 협상에 참여… 동맹과 파트너십 확보에도 노력”
국무부 조직 개편데이터 과학자 대거 채용하고
사이버 공간·디지털 정책국 신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미국 외교의 근간으로 ‘테크 외교(tech diplomacy)’를 내세웠다. 테크 외교란 첨단 과학과 기술, 정보 등의 창출과 이용, 이와 관련된 산업을 외교의 중심에 두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치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동맹과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중국·러시아 등과 맞서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13일(현지 시각) 인디애나주 라피엣에 있는 퍼듀대학교에서 열린 ‘반도체와 과학법’에 대한 간담회에서 “’테크 외교’란 말을 만든 것으로 아는데 그에 대해 좀 얘기해 줄 수 있나”란 질문을 받았다. 그는 “군축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것부터 지뢰 제거, 세계의 난민 추적, 더 강력한 식량 안보 시스템의 구축, 취약 지역의 전기 공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과학, 기술, 공학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그야말로 매일매일의 삶이 반도체를 위시한 기술로 형성된 세계를 대하고 있다. 퀀텀이든, 인공지능(AI)든, 바이오테크든 우리가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의 모든 것이 기술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업과 국가를 만연한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 한다. 첨단 기술이 감시 국가들에 악용되며, 잠재적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고 있다. 이런 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테크 외교에 돌입해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규칙과 규범과 기준을 결정하는 협상 테이블에 반드시 미국이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또 공동의 힘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라들의 동맹과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국무부 조직도 이에 맞게 개편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새로운 일을 하려면 새로운 조직과 인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외교 정책 분야에서 일하는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학문(과학·기술·공학)을 배우며 자라지 않았다. 대부분 인문학, 법학을 전공했고 그래서 (과학이나 기술은) 우리의 자연적 본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보고 있지 못한 어떤 점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나 기술 전문가가 필요한지라도 알려면 회의실에 과학자와 기술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느끼게 됐다. 그렇게 하려고 정말 노력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블링컨 장관 취임 이후 국무부는 과학자와 기술 전문가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특히 다양한 데이터를 집계·분석해 새로운 지식이나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해 주는 데이터 과학자를 대거 채용했다. 지난해 연방정부 인사국 차원의 데이터 과학자 채용에 참여해 약 30명의 데이터 과학자를 뽑았고, 올봄에는 국무부 전 부서에 배치할 수 있도록 최소 50명 이상의 데이터 과학자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핵심 신흥 기술 특사직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사이버공간·디지털정책국을 새로 만들었다. 컴퓨터 과학자, 정보 기술 전문가, 물리학자 등도 신규 채용하고 있다. 이날도 블링컨 장관은 “새로운 인재의 어떤 기술과 자질을 보느냐”라는 퍼듀대 학생의 질문에 웃으며 “(간담회가) 끝나고 바로 이력서를 한번 보고 싶다”고 답했다.
이 간담회에 참석한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반도체와 과학법’에 대해 “이것은 그냥 산업 정책이 아니다. 여기 미국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재건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재 양성, 민관 파트너십 등에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는데도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은 가파르게 감소했다. 이제 게임에 다시 뛰어들어 미국의 힘에 투자할 때고 그래서 미국이 경쟁하고 이 핵심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며 경제 안보와 국가 안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 처방약 가격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을 축하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만든 새 전기차나 연료전지차를 사면 75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와 미국 노동자들은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달러와 대단한 노고, 독창성을 바치고 있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미국 자동차 산업계를 대표하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미국산 전기차 제조붐’에 대한 연설도 한다.
☞테크 외교 (tech diplomacy)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미국 외교의 근간으로 내세우는 개념. 첨단 과학과 기술, 정보 창출과 이용, 이와 관련된 산업을 외교의 중심에 두는 것을 뜻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2차전지, 바이오 등 각 분야에서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가치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동맹과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중국·러시아 등과 맞선다는 전략에서 나온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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