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통산업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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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산업이다.
백화점이나 편의점과 같은 유통업도 끊임없이 소비자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진화해왔다.
변화에 익숙한 유통산업이지만 최근의 환경 변화는 많은 유통기업에 충격과 위기로 다가 왔다.
정책적으로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맞게 유통산업을 재정의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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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산업이다. 백화점이나 편의점과 같은 유통업도 끊임없이 소비자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진화해왔다. 휴식과 체험을 지원하는 공간구성이 중요해진 현재의 백화점에 상품 구색 크기를 강조한 "백화점(百貨店)"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외환위기 당시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로 전성기를 누렸던 대형마트도 1990년대 초반에는 국내 시장에 없던 업태였다.
변화에 익숙한 유통산업이지만 최근의 환경 변화는 많은 유통기업에 충격과 위기로 다가 왔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시장이 성장해 오고 있던 차에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간 지속되며 유통 축이 급격히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상품구색, 물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등에서 혁신이 끊임없이 창출되며 플랫폼화된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를 통해 유통시장 내 경쟁구조는 더욱 복잡해졌으며 제조 유통 간 경계도 모호해졌다.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제조기업들은 자사몰을 통해 유통 기능을 내부화하고 있다. 아마존과 결별하고 자사몰과 직영점 비중을 높이고 있는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LF, 삼성물산과 같은 패션 기업들도 온라인 플랫폼 확장을 위해 자사 브랜드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과 경쟁브랜드까지 입점시켜 버티컬 플랫폼화되고 있다. 다른 여러 제조기업도 서비스플랫폼을 구축하고 구독서비스 모델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직접 유통을 시도 중이다.
이처럼 지난 수년 간 유통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자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온라인 커머스 비중 확대, 리테일 테크 도입 등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노력을 다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혁신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유통기업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단순 중계자로서 역할을 넘어 복잡해진 시장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소비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이전트로서 역할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해서 유통 서비스를 재정의하고 자사의 서비스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강력한 브랜드가 빠져나간 자리를 더 매력적인 상품으로 채울 수 있는 상품기획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소비자 신뢰와 애착을 끌어낼 수 있는 리테일 브랜딩 역시 중요하다. 유통기업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다수의 공급자와 이해관계자들과의 거래특유 자산을 활용해 유통기능을 고도화하는 전문화도 필수다.
정책적으로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맞게 유통산업을 재정의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보다 많은 혁신을 창출하고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매력적인 유통산업은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되고 문화 자원이 된다. 유통시장 개방화 이후 다양한 업태의 개발과 발전 과정에서 시장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다양한 규제도 다시 들여다보아야 한다. 유통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중소영세상인들에게도 성장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유통산업의 다양한 참여자가 그 특성에 맞게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추호정(서울대 의류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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