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에너지 기업 횡재세 부과..195조 조달해 가계부담 경감"(종합)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치솟는 전기·가스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제안했다.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급등 속 초과 이윤을 얻는 해당 에너지 기업에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해 수익을 제한, 1400억 유로(약 195조 원)를 조달하고,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가계의 에너지 요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수백만 유럽인은 에너지 요금 지원이 필요한데, 일부 기업은 낮은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해 엄청난 마진(이윤)을 올리고 있다"고 제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들 기업의 수익을 제한해 1400억 유로를 거두고, 에너지 시장 개혁을 심도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 소비 10% 절약…발전 부문 가스 줄이고 재생에너지·원자력 강화
이날 집행위가 내놓은 제안은 발전 부문에 있어 가스 사용을 줄이고 그 수요를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충당하도록 유도하자는 게 골자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를 타파하는 것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그 근본 원인인 러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갈탄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에도 '연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수익 한도를 메가와트시(MWh)당 200유로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 연대세는 올해 EU가 징수할 특별 세입의 33%가량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각 회원국이 전기 소비를 10%까지 줄이는 안도 계속 추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5%는 전력 사용이 많은 피크 시간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EU의 방침에 주도적으로 참여 중인 스페인의 경우 이미 정부 차원에서 상점·정부 기관 조명 미사용시 소등, 여름 냉방 27도·겨울 난방 19도의 온도 제한 등 전기 절약 조치를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에너지 선물 시장도 일시적으로 손본다
집행위는 이날 EU 증시 감독기구인 유럽증권·시장당국(ESMA)에도 적격 담보 목록을 현금 외에 넓힐 수 있는 수정안을 검토해 은행 보증이 수락될 수 있는 조건과 함께 오는 22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일시적인 것으로, 가스와 전기 파생상품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집행위는 덧붙였다. ESMA의 자료 제출이 이뤄지면, 유럽은행당국(EBA)와 중앙은행(ECB)이 담보 서비스 제공 방식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아울러 집행위는 ESMA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 서킷 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가 발동되지 않은 이유, 전반적인 규칙 조율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행위는 "과도한 가스 가격 변동성 직면 시 모든 전기 거래소가 일관된 노선을 취하도록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ESMA가 최종적으로 29일까지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LNG 연계·시장 수급 반영한 새 벤치마크 가격도 마련
집행위는 가스 수입 등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보완적인 거래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연계한 벤치마크 가격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TTF 거래소 선물 가격을 기준 가격으로 인식해왔지만, 업계에서는 변동성 높은 TTF 의존을 줄이고 실제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는 가격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제기돼왔다.
다만 이 새로운 벤치마크 가격 마련 목적은 선물 시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게 아니라, 국제 가스 시장 수급 역학을 반영한 대체 기준가격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제공하려는 데 있다고 집행위는 강조했다.
LNG의 경우 재기화·저장 시설이 필요해 수용이 까다로운데,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등 수용능력이 높은 국가가 있는 반면,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산 가스에 의존해온 독일은 LNG 수용능력이 거의 없고 네덜란드도 부족해 이들 국가간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30일 승인 추진…27개 회원국 협상 개시
집행위가 제안을 발표한 지금 이 시점부터 회원국 간 협상 기간은 개시한 것이다. 2주 뒤인 오는 30일 브뤼셀에서 열릴 에너지 장관 특별 회의에서 합의하는 게 집행위의 목표다.
이미 27개 회원국 사이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향후 있을 경기침체 등 경제 위기 타개에 협력이 필요한 국면에서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대가 있다.
다만 집행위는 지난주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추진하다 좌절된 가스 가격 상한제와 에너지 선물을 거래하는 금융기업 유동성 증대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다듬어 합의를 이뤄 가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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