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배트 좀 칩니다"..레전드에게 당돌했던 신예, 2년 만에 팀 내 최고 타자로 우뚝 섰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2년 전 "넌 뭘 잘하니?"라는 LG 레전드 박용택의 질문에 "저 배트 좀 칩니다"라고 당돌하게 이야기했던 신예 문보경이 2년 만에 LG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가 되었다.
2019년 LG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입단한 문보경은 지난해 5월 1일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전환하며 깜짝 1군 데뷔해 'LG의 히트 상품'이란 이야기를 들으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타격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며 타율 0.230 8홈런 64안타 39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올 시즌은 LG의 '보물'로 거듭났다. 14일 두산과의 경기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율을 0.322까지 끌어올렸다. 어느덧 타격 6위를 기록하고 있고 팀 내 타율은 1위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문보경이 주전 3루수로 이렇게까지 좋은 활약을 해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문보경은 1루와 3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수다. 하지만 LG에는 두 포지션 모두 주전 선수들이 있었다. 1루는 외야에서 전향한 채은성이 버티고 있었고, 3루는 100만 달러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를 영입한 상태였다.
그래서 시즌 개막 전부터 문보경에게 주어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교체 선수로 출전하며 LG 내야의 미래를 책임질 신예 유망주로 경험을 쌓아나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루이스의 부진과 퇴출로 3루수로 출전할 기회가 많아지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문보경의 방망이가 4월부터 폭발했다. 시즌 초 채은성이 부상으로 빠지자 4번 타자로 출전하기도 했다. 5월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6월부터 그의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가 3루수에서 2루수로 자리를 옮길 정도로 팀 내 입지가 좋아졌다.
이호준 코치도 "수준이 다른 배팅을 하고 있다. 기량 발전이 가장 눈에 띄는 선수라 할 수 있다"라며 문보경의 타격을 높이 샀다.
공을 맞히는 재능은 타고났다는 평가였지만 지속성이 문제였다. 지난해엔 후반기 시작과 함께 슬럼프에 빠진 뒤 반등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5월 슬럼프가 왔을 때 2군에 내려가 타격 메커니즘을 재정비한 뒤 바로 반등에 성공했고 경기를 뛸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8월 타율 0.373로 맹타를 휘두른 문보경은 9월 들어서 타율 0.444로 더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공격이 잘 되니 수비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 3루수와 1루수를 번갈아 맡으면서도 한층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하며 1군 무대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문보경은 "3루가 어렸을 때부터 했던 포지션이라 심리적으로 많이 편하다"라며 3루수를 희망했고 주전 3루수로 출전 기회가 많아지면서 공격력은 더 폭발했다.
2년 전 LG의 레전드 박용택과의 첫 만남에서 "저 배트 좀 칩니다"라고 말했던 당돌한 신예 문보경은 앞으로 더 보여줄게 많은 선수다. 완성형 선수가 아니라 앞으로 더 성장할 선수라는 게 더 무섭다.
[어느덧 타율 0.322로 타격 6위에 오른 LG 문보경.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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