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스미스 “태극마크 달기위해 美대표 거절하고 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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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0㎝, 올 WNBA 데뷔하기도 “한국대표로 올림픽 메달 따고파”
1순위 지명권 삼성생명에 갈 예정… 아버지는 美대학 男농구부 감독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광교호수공원 뷰가 아름다워서 마음에 들었고, ‘오징어 게임’에 나온 깨끗한 지하철을 실제로 봐서 놀랐어요.”
오는 16일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키아나 스미스(23)는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인 ‘하프 코리안’이다. 그의 아버지는 NCAA(미 대학스포츠협회) 남자 농구 1부에 속한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의 존 스미스(53) 감독이다. 한 대형 은행에서 일하는 어머니 켈리 스미스(51·한국명 최원선)씨는 일곱 살이던 1978년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을 떠난 교포다.
지난주 부모, 친척과 함께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추석 연휴 동안 광화문과 롯데월드타워, 전통 시장, 창덕궁 등 서울 나들이를 즐겼다. 그의 부모와 외할머니는 DMZ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스미스는 “어릴 때부터 맛봤던 한국식 바비큐와 불고기, 만두도 언제나 그렇듯 맛있게 먹었다”며 “앞으로 다른 한식도 먹어보고(try) 싶다”고 했다.
키 180㎝ 가드인 스미스는 2017년 미국 최고 고교 농구 선수 24명이 벌이는 올스타전 ‘맥도널드 올아메리칸 게임’에 출전했던 유망주다. 루이빌대에 진학해 2021-2022 NCAA 여자 농구 1부(디비전1)에서 평균 12.0점 2.7어시스트 1.0스틸로 활약해 팀의 토너먼트 4강 진출을 이끌었고, 2022시즌 WNBA(미 여자프로농구) LA 스파크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렀다.
스미스는 “WNBA는 드래프트 이후에도 캠프에서 선택받아야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 압박감이 심했다”면서도 “우상으로 여겼던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좋았다. WNBA에도 계속 남아있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센터 박지수(청주 KB)에 대해서도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꼭 같이 뛰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평가해달라는 말에 “나는 슈팅력이 좋고 게임을 다룰 줄 아는 가드이며,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 그리고 스몰포워드를 모두 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미스는 1순위 지명권을 지닌 용인 삼성생명 입단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그는 벌써 “동료들과 함께 삼성생명을 2년 만에 다시 WKBL 챔피언으로 올려놓고 싶다”고 의욕을 불살랐다.
여름에 시즌이 열리는 WNBA 선수들은 겨울이 되면 외국 리그에서 뛰는 경우가 많다. 스미스는 유럽 팀에서도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WNBA에서 첫 발걸음을 뗀 그가 올가을 한국으로 눈길을 돌린 이유는 뭘까. 그는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해외에서도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그중에서도 한국을 택한 이유는 당연히 제 반쪽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WKBL은 코로나 사태 이후 외국인 선수 제도를 폐지했지만 교포는 예외다.
스미스는 한국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태극 마크를 다는 게 꿈이다. 미국에서 3대3 국가 대표 제안을 받았지만, 규정상 미국 대표팀으로 뛰면 한국에서 국가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거절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 국적인 스미스가 한국 대표로 선발되려면 김한별(부산 BNK)처럼 귀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게 제 꿈이에요. 한국이 올림픽 은메달(1984 LA)을 딴 적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기회가 된다면 2년 뒤 파리 올림픽과 2028 LA 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해 뛰고 싶어요. 저는 항상 최고가 되는 게 목표라서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어요.”
스미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태어나 모레노밸리에서 성장했다. 농구인 집안의 재능을 물려받아 자연스레 농구를 시작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NBA(미 프로농구) 밀워키 벅스에 지명된 선수였다. 삼촌도 WNBA 코치다.
스미스는 어릴 적 집 뒷마당에서 오빠와 일대일 경기를 벌이곤 했다. 그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오빠와 격정적으로 몸싸움하다가 밀려서 울기도 했는데, 그때 경험이 지금도 체격이 큰 선수를 상대할 때 피지컬 면에서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스미스의 외조부모는 오렌지카운티의 한인타운에 산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어머니 최씨는 딸 덕분에 1984년 이후 38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최씨 부부는 시즌 중 딸 경기를 직접 보러 한국에 다시 방문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처음 왔다는 존 스미스 감독은 “흥미롭고 신기하다. 거리가 깨끗하고 사람들은 예의 바르다. 건물들의 건축 디자인도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최근 한국 사회에는 한국계 외국인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결국 외국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에 대해 스미스는 “어릴 때부터 한국과 항상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고 힘줘 말했다.
“연휴가 되면 외할머니 댁에 가곤 했어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저와 엄마에게 항상 한국어로만 말씀하셨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항상 한국 문화에 둘러싸여 있었고요. 전 미국 흑인(Black American)이면서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 두 정체성을 반반씩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스미스는 16일 드래프트에서 한국어로 소감을 발표하려고 연습에 한창이다. 외할아버지가 손수 원고를 써주셨다고 한다. 스미스는 “지금은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6개월 뒤 시즌이 끝날 때쯤 되면 실력이 꽤 괜찮아질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용인=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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