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지 57홈런.. 3개 더 치면 베이브 루스와 타이, 日 무라카미 55홈런.. 1개 더 치면 왕정치 넘는다
우타자 저지, 간결한 스윙이 특징
좌타자 무라카미, 강력한 스윙 자랑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두 거포가 60홈런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우타자인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는 57개, 좌타자인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는 55개다. 저지는 14일 보스턴 레드삭스 원정 경기에서 연타석 솔로 홈런을 쐈다. 이달 들어 11경기에서 여섯 번 담장을 넘겼다. 정규리그 20경기를 남겨둔 그가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면 양키스 소속 역대 최다 홈런 1, 2위인 로저 매리스(61개·1961년)와 베이브 루스(60개·1927년)를 넘어선다.
무라카미는 13일 밤 안방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맞아 대포 두 방(1점·3점)을 터뜨리며 오사다하루(왕정치)가 1964년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55홈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승엽(은퇴)이 보유한 아시아 선수 최다 홈런(56개·2003년)에도 하나 차이로 접근했다. 일본 리그에서 나온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당시 야쿠르트)의 60홈런이다. 무라카미는 앞으로 남은 15경기에서 신기록에 도전한다.
◇'판사의 방’ 대 ‘신의 집’
저지는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한 시즌 전체를 소화한 2017년에 홈런 52개를 쳐 신인왕에 올랐다.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양키스는 그해 5월 안방 양키 스타디움의 오른쪽 외야 관중석 한쪽에 ‘저지스 체임버(The Judge’s chambers·판사의 방)’라는 전용 응원 구역(18석)을 만들었다. 저지라는 성(姓)에 판사라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곳에 앉게 되는 팬들은 구단이 제공하는 법복 느낌의 가운을 입고, 말랑말랑한 응원용 법봉을 흔든다. ‘심판의 날(Judgement Day·저지먼트 데이)이 왔다’는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어 보이며 환호를 보내기도 한다.
무라카미(村上)는 무라카미사마(村神様)로 통한다. 신(神)의 높임말인 카미사마처럼 신들린 타격을 펼친다는 뜻에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야쿠르트 구단을 후원하는 일본의 한 부동산 업체는 무라카미가 안방인 도쿄 메이지진구 구장에서 56호 홈런을 칠 경우 도쿄에 있는 1억엔(약 9억7000만원)짜리 집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무라카미로선 안방에서 홈런 1개만 추가하면 올해 연봉 2억2000만엔(약 21억원)의 절반쯤 되는 선물을 받게 된다.
◇타고난 재능과 가정 교육
저지는 백인 교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여섯살 터울의 형인 존 역시 한국 태생의 입양아다. 형제는 어려서부터 엄격한 가정 교육을 받았다. 학교 숙제와 집안일을 마치지 않으면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놀 수 없었다고 한다. 저지는 “부모님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줬다. 어머니는 타인을 존중하는 것과 노력·의지의 가치를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고교 시절 야구(투수·1루수), 미식축구(와이드리시버), 농구(센터) 선수로 뛸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UCLA 등 여러 대학 미식축구팀에서 입단 제안을 받기도 했다. 언어에 재능을 보였던 형은 서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지낸다고 알려졌다. 올해 연봉이 1900만 달러(약 264억5000만원)인 저지는 “시즌이 끝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에 가서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
운동 집안에서 자라난 무라카미는 네 살 무렵부터 캐치볼을 했다. 아버지는 고교 시절 야구 선수였다. 형은 사회인 야구팀 투수이며, 동생은 고교 선수로 뛰고 있다. 고교 때 배구 선수였던 어머니는 현재 서예 선생님이다. 무라카미는 2017년 겨울 요미우리 신문사가 주최하는 학생 서예전에서 입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
지난여름 두 경기에 걸쳐 세계 최초로 5연타석 홈런을 터뜨리기도 했던 무라카미는 55호 홈런에 대해 “튼튼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당장은 56호 홈런에 집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산 868홈런의 오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호크스 구단 회장은 “무라카미는 기술적으로 성장하면서, 정신적으로도 강해지고 있다. 60홈런도 꿈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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