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음악' 즐기는 Z세대.. '가사번역 유튜버'가 뜬다

김재희 기자 2022. 9.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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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데뷔한 가수의 노래가 지난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 음악, 눈으로도 즐긴다인기 팝송의 가사를 번역하고 노래에 어울리는 드라마나 영화 장면을 편집해 올리는 '가사 번역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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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에 맞는 감각적 영상에 친숙한 번역
'때잉' '쏘플' 등 구독자 끌어들이며 인기.. 원곡 1300만회 조회, 자막 영상은 2800만회
넷플릭스 드라마-옛날 영화 장면도 활용
음반사들도 신곡 홍보 위해 유튜버와 협업
가사 번역 유튜버 때잉의 채널에 올라온 미국 인디 밴드 AJR의 곡 ‘번 더 하우스 다운’. ‘우린 이 집을 싹 다 태워 없앨버릴 거야’ 등 사회개혁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범죄자들이 조폐국 금고를 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영상을 삽입해 가사와 영상의 싱크로율을 높였다(위 사진). 유튜버 쏘플이 만든 미국 가수 스텔라의 곡 ‘애시스’ 영상. 배우 톰 하디가 갱스터로 출연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 ‘레전드’의 장면을 삽입했다. 유튜브 캡처
2020년 데뷔한 가수의 노래가 지난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주인공은 미국 팝 가수 스텔라의 애시스. 이름도 생소한 신인의 노래가 국내에서 화제가 된 건 한 영화 ‘레전드’(2015년)의 장면에 해당 노래를 삽입한 유튜버 쏘플의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 검은색 슈트를 입은 배우 톰 하디가 담배를 문 채 좋아하는 여성의 집 앞에서 꽃다발을 꺼내드는 장면이 ‘난 지옥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져 버렸어’와 같은 강렬한 가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영화 예고편을 본 듯한 재미를 선사했다. 영어 가사 밑에 한국어 가사도 달았다. 14일 기준 조회수는 2783만 회에 달했다. 원곡 뮤직비디오 조회수(1340만 회)의 두 배다.
○ 음악, 눈으로도 즐긴다

인기 팝송의 가사를 번역하고 노래에 어울리는 드라마나 영화 장면을 편집해 올리는 ‘가사 번역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유튜버는 구독자 92만 명을 보유한 때잉. 2020년 9월부터 영상을 올리기 시작해 2년 만에 약 300개 영상으로 누적 조회수 4억7979만여 회를 달성했다. 쏘플(구독자수 81만여 명), 기몽초(77만여 명), H녀(55만여 명), 직키(35만여 명)가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이 인기를 끄는 데는 유튜브 뮤직 같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Z세대 트렌드가 영향을 미쳤다. 소니뮤직코리아 유튜브의 가사 번역 콘텐츠 가운데 최근 1년 동안의 인기 영상을 분석한 결과 18∼24세의 조회수 비중이 35.1%로 가장 높았다.

감각적인 영상은 인기의 핵심 요인. 가사 번역 유튜버들은 넷플릭스 ‘종이의 집’부터 18년 전 개봉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까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활용한다. 쏘플은 ‘술을 몇 병째 들이켜고 있어’ ‘차라리 난 혼자인 게 나아’ 등 고독한 감정을 주로 묘사하는 미국 가수 보이위드유크(BoyWithUke)의 곡 ‘톡식(Toxic)’에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한 영화 ‘조커’(2019년)의 영상을 편집해 넣었다. 광대 분장을 한 채 거울을 보고 웃거나 혼자 계단을 내려오며 춤추는 조커의 외로운 모습이 가사와 맞아떨어졌다. ‘조커의 서사를 풀어주는 노래로 너무 잘 어울린다’, ‘(노래에) 적절한 장면을 찾아내는 능력이 천재적이다’는 댓글이 잇따랐다.
○ 번역, 비교하며 음미

센스 있는 가사 번역도 중요하다. 때잉은 저스틴 비버의 ‘오프 마이 페이스’ 후렴구 ‘Cause I‘m off my face, in love with you’ 가사를 ‘네게 푹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거든’으로 번역해 호응을 얻었다. ‘Off one’s face’는 술이나 약에 취했다는 뜻의 속어다.

가사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맥 밀러의 ‘세러피스트’ 후렴구 ‘But it‘s so one-sided’를 두고 직키는 ‘나 혼자만 널 위하는 거잖아’라고 번역했고, 기몽초는 ‘널 즐겁게 해주려고’라고 옮겼다. 여러 채널을 구독하는 김세연 씨(21)는 “쏘플은 정제되고 서정적인 표현이, 때잉은 직설적이고 화끈한 번역이 매력이다”라고 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소니뮤직코리아는 2년 전부터 때잉 쏘플 기몽초 등 채널에 소속 가수의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저스틴 비버, 에드 시런 같은 세계적인 스타는 물론 국내 인기 가수들의 신곡이 대상이다. 음반사 관계자는 “한 곡당 예전에는 30만 원 정도였는데 요즘 구독자 10만 명 내외 유튜버는 50만 원, 톱 유튜버는 1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몸값이 뛰었다”고 귀띔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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