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브라질 앵무새
아프리카는 인류의 원조. 악기의 할머니 할아버지도 대부분 아프리카야. 북미 중서부 지방 ‘컨트리 뮤직’에서 즐겨 사용하는 ‘밴조’는 소리가 찰랑찰랑. 탬버린을 뻥튀기한 몸통을 지녔지. “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곳. 밴조를 메고 나는 여기 찾아왔노라…” 흥얼대던 노래 ‘오 수잔나’. 흑인 노예들은 고향에서 쓰던 악기를 개량해 오늘의 밴조를 만들었다. 아프리카 말리에 가면 ‘은고니’란 악기가 있어. 연주자도 조율하는 데 반나절이 걸리지. 밴조의 조상이 바로 은고니다.
아이들이 좋아해 배우는 손가락 피아노 ‘칼림바’. 섬나라 원주민들이 해변에서 둥당둥다당 노래해. 원래 이름은 ‘음비라’로 아프리카 짐바브웨가 고향이다. 음비라는 고전 피아노의 조상 격이 된다.
한번은 브라질엘 갔다가 음비라로 노래하는 여인을 만났다. 치안이 엉망인 브라질에선 보통 우라질 소리만 나오는데, 그녀 밴드에게 반해 내 모든 기억엔 해피랜드. 따라간 곳에 말하는 앵무새가 살고 있었어. ‘웅’이 많은 브라질 말과 ‘잉’이 많은 내 사투리가 섞이자 앵무새는 헷갈리나 고개를 갸우뚱. 앵무새는 주인이 하는 말을 고대로 따라 하는데, 주인을 잘못 만났다간 욕지기나 뱉고 산대. 내가 만난 앵무는 아침마다 “봉지아 봉지아” 시끄럽게 깨웠다. 나는 한국말을 가르쳐보려고 몇 번 시도했다가 쳐다보지도 않아서 포기. 대신 사람 친구들에겐 ‘안녕하세요’를 기어이 가르쳐주고 헤어졌지. 이래 봬도 국격을 높이고 다닌다.
앵무새가 사람 말을 따라서 하듯 여행 중에 그 나라 인사말 정도는 꼭 익히고, 독특한 글씨나 문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사 입곤 해. 이 정도는 애교이자 즐거움이야.
이 나라 백성 누군가 과거 미국의 유명인 패션을 통째 베껴 입는다는 사연. 또 세습과 유훈으로 점철된 재벌가 기업의 ‘따라쟁이’ 현실. 저마다의 창조적 개성과 ‘격’을 생각하면 우울한 얘기들이다. 암튼 브라질은 언제 다시 갈까? 앵무새와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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