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공교육의 본령과 학력평가

국제신문 2022. 9.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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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부산 교육수장이 바뀌면서 부산교육의 정책 변화가 예고된다. 변화의 방향으로 공교육의 본령에 충실한 교육을 내세우면서 ‘한 아이도 뒤처짐이 없도록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학력에 도달하게 하는 것’을 가장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력평가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기초학력을 보장한다는 것은 법으로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국가와 교육기관 책무성으로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다.

공교육은 공적 준거와 절차에 따라 공적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교육으로 법령에 따라 설립된 학교 교육을 의미하고, 본령(本領)은 근본이 되는 강령(綱領)이나 특질을 말한다. 따라서 공교육의 본령이란 결국 학교의 본질 구현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학교는 학생들이 현재에 바탕을 두어 미래사회를 살아내는 역량을 키우는 곳이다. 그런데 미래사회는 VUCA(변동이 심하고 불확실하며 복잡·모호함)로 표현되고, 이에 DNA(Data science, Network, AI)와 XR(eXtended Reality) 기술이 발전하고 융합되면서 사회 전반적인 생활 양식이 변화해 학교에서도 진보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수학습 활동이 요구된다. 이에 대응해 OECD는 ‘교육 2030’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조하기’ ‘긴장과 딜레마 조정하기’ ‘책임감 갖기’라는 3가지의 변혁적 역량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서 가장 강조되는 개념은 학생 주체성(student agency)이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 스스로 저마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실험장이 돼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기초학력을 제대로 보장하고, 일정 수준의 학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평가를 우선으로 해 구현된다고 하니 반사적으로 연결돼 떠오르는 정책 법안이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시행했다가 실패한 ‘아동낙오방지법(NCLB)’이다. ‘어떤 아이도 뒤처지지 않게 하겠다’는 슬로건의 NCLB는 각 주에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기준을 설정해 평가하는 것으로 모든 학교는 시험을 치러야 했으며, 성적은 학부모와 학교가 속한 커뮤니티에 공개됐다. 그 결과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보다는 시험을 잘 치르도록 지도하는 교육으로 전락했으며, 심지어 교사가 학생들의 답을 고쳤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이처럼 평가에 따른 성과 위주의 교육정책으로 교육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는 비교육적인 현상이 나타났던 NCLB는 결국 ‘모든학생성공법(ESSA)’으로 대체됐다. 평가에 의한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신장은 결국 진단과 보정의 과정을 거치면서 학습효과를 거두게 하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로 교육계가 많은 갈등을 겪은 아픈 경험이 있다.

교육 분야의 성과 지표와 평가를 오래 연구해온 호주 맬번대 존 해티 교수는 전 세계에서 발표된 학습효과에 관련된 8만 건의 연구를 대상으로 1400건의 메타분석을 통해 학업성취에 미치는 효과의 크기를 계산했다. 그 결과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 교사의 집단적 효능감(1.57), 학생 본인이 매긴 성적 등급(1.33), 학생의 학업성취에 대한 교사의 기대(1.29)였다. 그리고 의외로 코(팀)티칭(0.19), 학교 선택 프로그램(0.12), 교사의 교과지식(0.11)은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의 크기는 공교육의 본령으로서 학력 신장을 위해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가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우선할 것은 교사의 집단적 효능감이다. 실제로 필자가 재직했던 만덕고에서 2015년 2학기, 부산대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조사에서 학년경영실의 집단효능감은 5단계 리커드 척도에서 4.05로 나타났고, 그해 학생들의 진학 성과도 매우 좋았던 경험이 있다. 돌이켜보건대 그때 집단적 효능감은 개별적이기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작동해 이에 따라 공유된 성공 경험은 학교의 문화를 바꿔내는 원동력이 됐다. 결론적으로 평가를 통해 공교육의 본령에 충실해지려면 우선 새로운 학력평가 체제의 비전, 절차와 방법 등을 두고 부산교육가족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이와 함께 단위 학교에서 교사의 집단적 효능감을 진작시킬 수 있는 지원 정책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김대성 교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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