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3년 만의 바둑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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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92년 한국갤럽은 바둑에 대한 여론조사(전국 20세 이상 남녀 1500명 대상) 결과를 내놨다.
그 가운데 '바둑을 둘 줄 아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 36.3%로 나타났다.
2013년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바둑을 둘 줄 안다는 답변이 25%에 그쳤고, 2017년에는 그 비중이 22.2%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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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92년 한국갤럽은 바둑에 대한 여론조사(전국 20세 이상 남녀 1500명 대상) 결과를 내놨다. 그 가운데 ‘바둑을 둘 줄 아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 36.3%로 나타났다. 이를 인구비율로 환산하니, 성인 바둑인구가 1000만 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에 앞서 1983년 한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레저 분야 인구 가운데 바둑이 등산 낚시 테니스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처럼 과거 바둑은 국민적 취미이자 여가활동으로 각광받았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느껴졌다. 여기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조치훈 9단의 일본 프로바둑계 석권 소식이 알려지고, 1989년 조훈현 9단이 제1회 잉창치배(세계바둑대회)를 제패한 영향이 컸다. 당시 금의환향한 조훈현은 ‘카 퍼레이드’를 벌일 만큼 바둑의 인기가 높았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돌부처’ 이창호가 중국 일본의 내로라 하는 고수들을 차례로 꺾으며 바둑 열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바둑은 컴퓨터게임과 인터넷의 급성장에 밀리면서 입지가 점차 위축됐다. 2013년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바둑을 둘 줄 안다는 답변이 25%에 그쳤고, 2017년에는 그 비중이 22.2%로 떨어졌다. 2010년대 들어 바둑 소재의 웹툰(‘미생’) 및 TV드라마(‘응답하라 1988’), 영화(‘신의 한수’)가 등장하고 2016년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인공지능)의 세기적 대국이 국민적 관심을 모았지만, 그 흐름이 지속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바둑대회마저 열리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제24회 부산시장배 전국바둑대회가 오는 18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다. 2020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무산됐다가 3년 만에 다시 펼쳐지는 바둑열전 무대다. 그간 대회 출전에 목말랐던 동호인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이자 바둑축제 한마당인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대회에 도전장을 낸 참가 인원 수가 2019년 대회(700여 명) 규모를 크게 웃도는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시대 변천에 따라 바둑도 온라인 비대면 대국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바둑의 본질은 서로 마주 앉아서 두는 대면 대국이다. 흑백의 바둑돌을 판에 딱딱 놓는 손맛은 ‘마우스 클릭’과는 비교가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바둑이 지닌 가치다. 그것은 생각하는 힘과 두뇌를 많이 쓰는 힘이다. 한마디로 무궁무진한 수읽기다. 고령화 시대에 바둑의 가치와 매력이 재조명되고, 국민적 인기가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구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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