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L자 침체냐 V자 반등이냐… 과거 3차례 하락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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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년 폭등했던 주택 가격이 본격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0.21% 떨어졌다. 10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발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버블 붕괴’ 수준의 집값 폭락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단기간 조정을 거친 후 재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1990년대 과잉 공급으로 장기 침체한 1차 하락, 외환 위기 때 폭락 후 급반등한 2차 하락,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장기 침체한 3차 하락을 경험했다. 과거 집값 하락 사례를 통해 집값을 전망해본다.
◇공급 폭탄이 만든 L자형 하락
1990년대 주택 시장이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은 이른바 주택 공급 폭탄 덕분이었다. 80년대 말 저달러, 저금리, 저유가 등 ‘3저 현상’으로 수출이 급증하는 등 경기 호황으로 집값이 폭등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88년(18.47%), 89년(18.82%), 90년(37.62%) 등 3년 연속 폭등했다. 집값이 치솟자 당시 노태우 정부는 규제와 공급 양 측면에서 정권의 명운을 건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토지 공개념 3법 등 강력한 규제 정책과 함께 1기 신도시 등 200만 가구 공급 계획을 추진했다. 주택 인허가 물량이 87년 24만4301가구에서 89년 46만2159가구, 90년 75만378가구로 급증했다. 가구 증가(30만가구)보다 2배 많은 공급 폭탄이 터지면서 폭등하던 집값은 1991년 4.5% 하락세로 전환했다. 1996년까지 하락이나 보합세를 유지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집값은 매년 10% 하락했다. 공급 폭탄과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1995년 15만가구까지 늘었다.
◇외환 위기 대폭락, 1년 만에 급반등
1997년 말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동남아 외환 위기가 한국으로 전이돼 달러 유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환율이 달러당 2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대출 금리가 20%대까지 오르면서 1998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4.6% 폭락했다. 하지만 1년도 지속되지 않았다. 1999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12.5% 올랐으며 2001년(19.33%)과 2002년(30.79%) 집값 대폭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V자형 반등은 외환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했고 금리 하락과 주택 담보대출의 폭발적 증가가 집값을 밀어 올렸다.
◇리먼 쇼크, 보금자리주택으로 ‘W자형 침체’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2009년 서울아파트 가격은 7개월 하락세를 보였으나 연간으로는 2.5% 상승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2010년(-2.19%)부터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하락세는 2011년(-0.44%), 2012년(-4.48%), 2013년(-1.84 %)까지 이어진다. 수치상으로 보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 같지만 강남권은 5~6년사이에 30~50% 폭락한 곳도 많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2009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7개월 하락세를 보였으나 연간으로는 2.5% 상승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2010년(-2.19%)부터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하락세는 2011년(-0.44%), 2012년(-4.48%), 2013년(-1.84 %)까지 이어진다. 수치상으로 보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 같지만 강남권은 5~6년 사이에 30~50% 폭락한 곳도 많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매매가 거의 중단돼 급매물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통계보다 하락 폭이 훨씬 크다. 집값 폭락의 촉발점은 글로벌금융 위기(리먼 사태)였지만, 침체가 오래간 것은 미분양 아파트가 16만 가구를 넘어설 정도로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과 판교·위례·동탄 등 2기 신도시 입주도 집값 하락에 기여했다.
◇금리가 촉발한 4차 하락?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이 미국 등 전 세계 집값을 폭등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곡물가 상승이 촉발한 초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이 전 세계 집값 하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등이 집값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얼마나 하락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과거의 집값 하락 경험은 집값이 지나치게 급등하면 반드시 가격 조정을 거친다는 교훈을 남겼다. 올 1분기(1~3월) 서울 지역의 주택 구입 부담 지수는 203.7로 사상 최고치이다. 이 지수는 중위 소득 가구가 표준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 상환 부담을 지수화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부담 지수는 더 오르는데, 주택 구입이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과거 2008년 2분기에 164.8을 정점으로 하락했는데, 이 지수는 시차를 두고 집값과 비슷한 사이클을 그린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외환 위기 후 집값 급반등은 경기 회복 외에 급격한 금리 인하가 이뤄져 가능했다”면서 “향후 집값은 금리가 주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 부족으로 V자 반등?
미분양이 많지 않고 입주 물량이 부족해 V자형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0년 4만 9525가구에서 지난해 3만2689가구, 올해 2만2092가구로 감소한다. 내년은 2만3975가구로 소폭 증가한다. 2024년에는 1만1881가구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물량은 3만1284가구(7월)로 역사적 평균(6만6800가구)과 비교하면 집값을 장기 침체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다. 장기 침체했던 1차 하락기와 3차 하락기에는 미분양이 각각 15만가구(1995년)와16만 가구(2008년)를 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보였던 ‘W자형 하락’ 가능성도 있다. 2~3년간은 입주 물량이 줄지만, 문재인 정부 후반기 신도시 개발을 본격화했고 현 정부도 270만가구 공급을 추진한다. 재건축 재개발 물량이 나오고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가 입주하는 2026년 이후 ‘공급 폭탄’이 터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일본식 장기 침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 위기보다 더 심각한 ‘거래 빙하기’]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사상 최저 “금리 하락세 전환해야 되살아나”
주택 시장이 거래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4000~5000건 정도이다. 2019년 10월에는 거래량이 1만1000건을 넘었다.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작년 11월부터 거래량이 2000건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 2월 820건까지 급감했지만 3월 1430건, 4월 1752건, 5월 1746건 등 대선을 앞두고 회복세를 보였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신도시 등 일부 지역은 집값이 급등하면서 거래도 회복됐다.
규제 완화가 지연되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7월 거래량이 640건까지 줄었다. 서울시가 지난 2006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8년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344건이었다. 신도시 입주, 반값 아파트 등으로 집값이 급락한 2013년 1월에는 1213건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오르면서 집값 폭락에 대한 공포가 급속도로 전염돼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면서 “급매가 아니라 가격을 대폭 낮춘 ‘급급매’만 일부 거래되고 있는데, 저가 매물이 기준 가격이 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가 내림세로 전환되지 않는 한 거래가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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