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인 줄 알았더니.. 요즘 서점가에선 '동남아시아'가 뜨네

곽아람 기자 2022. 9. 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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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위주였던 도시史 책
反中 분위기에 동남아로 발길 옮겨
하늘길 뚫리며 여행서 출간도 활발

‘방콕, 하노이부터 치앙라이, 덴파사르까지 13개 도시로 떠나는 역사기행.’

지난 4월 사우 출판사에서 낸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는 표지에 이런 부제를 붙였다.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등 동남아시아 역사·정치·인류학 연구자 6명이 쓴 책으로 페낭, 싱가포르, 방콕, 호찌민 등 동남아 13개 도시를 파고든다. 대중이 읽기엔 다소 묵직한 주제의 인문 교양서지만 곧 3쇄를 찍는다. 문채원 사우 대표는 “초판 2000부도 소화하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놀라고 있다. 독서 모임 등에서 함께 공부하며 많이 읽는다”고 했다.

도시사를 주제로 한 책은 그동안 많이 나왔지만 유럽, 미국 등 서구 선진국 중심이었다. 그렇지만 요즘 서점가에선 그간 ‘비주류’로 여겨졌던 동남아 도시 관련 책이 힘을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만 해도 쌀, 베트남 커피, 후추·향료·설탕 등 30개 주제로 동남아 역사·문화·정치를 짚어보는 ‘키워드 동남아’가 나왔고, 후루타 모토오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이와나미 문고의 ‘동남아시아사’도 번역됐다. 베트남 호이안과 달랏, 페낭·믈라카·싱가포르 등의 식민지 역사를 다룬 ‘동아시아 도시 이야기’도 출간됐다. ‘동아시아 도시 이야기’를 낸 서해문집 김종훈 편집장은 “원래 도시사 책을 내고 있었는데 거의 서양 도시들을 다뤘다. 아시아 쪽이 빠져 있어 아쉽다 생각하던 차에 이번에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반응도 쏠쏠하다. ‘동남아시아사’를 낸 이동섭 AK출판사 대표는 “초판을 1500부 찍었는데 거의 다 소화했다. 곧 중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왜 동남아시아인가?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반중 분위기가 퍼지면서 대학마다 중국어·중국사 강의 등이 폐강되고 있다. 그와 함께 지난 정부에서 ‘신남방 정책’을 내세우며 동남아 띄우기를 한 영향으로 중국에 쏠렸던 관심이 동남아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강 교수는 “예전엔 책을 내고 싶어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출판사들이 먼저 찾아와서 책을 내자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문 교양서가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로 막혔던 국경이 열리면서 동남아 관련 여행서 출간도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동남아 한 달 살기’를 낸 포르체 출판사 박영미 대표는 “포털사이트에서 동남아 여행 관련 검색어가 급증하는 걸 보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여행서 전문 출판사인 상상출판 유철상 대표는 “코로나 전만은 못하지만 발리, 세부, 다낭 등 ‘한 달 살기’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수요를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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