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52] 군자가 이기는 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2. 9. 15.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군자는 다투는 바가 없으나 반드시 활쏘기에서는 경쟁을 한다. 상대방에게 읍하고 사양하며 올라갔다가 내려와 술을 마시니 이러한 다툼이 군자다운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인데 약간의 보충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남을 이기려는 자가 소인이다. 그런데 군자가 활쏘기에서는 경쟁을 한다고 했지만 그 또한 공자 말을 하나 더 들어보아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주나라 때) 활쏘기는 가죽 뚫기로 승부를 가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힘이 사람마다 다 달랐기 때문이다. 이것이 옛날의 활 쏘는 예법이다.”

즉 힘으로 가죽을 몇 장 뚫어내느냐로 승부를 가린 것이 아니라 정곡(正鵠)에 화살이 가서 닿느냐로 승부를 가렸다는 말이다. 힘 자랑이 아니라 정반대로 힘이 약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는 활쏘기 경쟁이 바로 군자의 활쏘기 경쟁인 것이다.

그러니 이런 활쏘기를 할 때도 상대에게 절하고 사양하고 그러고 나서 활쏘기가 끝나면 술을 마셨는데, 이 술 마시기 또한 혹시라도 이런 활쏘기 경쟁에서조차 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이 싹텄을까 봐 그것을 녹여내기 위해 술자리를 베풀었던 것이다.

이런 이해를 갖추고서 유소(劉邵)의 ‘인물지’ 한 대목을 읽어본다.

군자가 상대를 이기고자 할 때는 상대는 추켜올리고 자신은 낮추는 것[推讓]을 칼로 삼고 자기수양을 방패로 삼는다. 가만히 있을 때는 입과 눈과 귀라는 오묘한 문을 닫아버리고 일에 나서면 공손하고 고분고분함을 통로로 삼는다. 이 때문에 싸워서 이기더라도 다툼이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적을 굴복시켜도 원망함이 생겨나지 않는다.”

여야가 싸워대고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또 싸움이 한창이다. 그러나 어디서도 이런 군자다운 경쟁을 볼 수가 없으니 저들은 다 소인들일 뿐인가? 이 땅의 정치인들이 깊이 음미해보았으면 해서 골라보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