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횡령이 남긴 '주홍 글씨' 남 일 아닌 내 일인 이유
김현진 DBR 편집장 2022. 9.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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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횡령 범죄가 일어난 회사를 떠나 새로운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A 임원의 연봉은 비슷한 경력을 가진 다른 기업 출신 임원에 비해 4%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직전 직장에서 일어난 범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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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횡령 범죄가 일어난 회사를 떠나 새로운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A 임원의 연봉은 비슷한 경력을 가진 다른 기업 출신 임원에 비해 4%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직전 직장에서 일어난 범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 회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주홍 글씨’가 새겨진 것이다.
A 씨의 예는 사기, 횡령, 뇌물 등 직장인들이 저지르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원인과 여파에 대해 조사한 하버드대 연구진이 밝힌 연구 결과다. 심지어 이런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퇴사한 사람에게도 ‘부도덕한 기업 출신’이라는 낙인 비용이 전가됐다. 이 비용은 고위 임원일수록, 또 여성일수록 커져 상대적으로 연봉이 6.5%, 7%씩 낮아지는 효과를 냈다.
올해 들어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에서 잇따라 터진 대규모 횡령 사건은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지만 이는 당연히 올해만의 돌출 현상은 아니었다. 최근 10년간 기업 내 횡령은 무려 2배가량 늘었다. 횡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직원의 개인적 일탈, 감시 시스템의 부재, 가상화폐나 부동산 투자 열풍에 편승한 한탕주의, 과도한 목표 설정 등이 꼽힌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옆자리 동료들의 ‘잘못된 온정주의’ 역시 조직 내 비위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대와 취리히대 연구진이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소개한 실험에서도 이를 관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시각장애인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장애인들의 돈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이 봉사자는 ‘남’이 아니었다. 강한 유대 관계인 가족 구성원이거나 약한 유대 관계를 가진 같은 대학 동기였던 것이다. 어떤 때 사람들은 범죄 사실을 신고했을까?
실험 결과 강한 유대 관계에 있을 때는 신고를 꺼린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며, 쉽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가족 같은 회사’에서 오히려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마리암 코우차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에 더해 “사내 윤리 강령에 ‘우리(we)’라는 포용적 표현을 자주 쓰는 것 자체가 오히려 비윤리적인 행위가 용인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우리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위반 발생 시 처벌까지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국가에서 직장인의 3분의 1가량은 동료의 크고 작은 비위 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막기 위해선 내부 통제 강화는 물론이고 면접이나 직원 평가에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고 내부고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는 등의 정비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온정주의는 개인적으로도 경제적 피해를 입고 나서야 ‘우리’가 정말 ‘남’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늘 도둑’마저 경계하는 윤리적 경각심이 결국 ‘우리의 힘’이 선한 뜻 그대로 쓰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A 씨의 예는 사기, 횡령, 뇌물 등 직장인들이 저지르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원인과 여파에 대해 조사한 하버드대 연구진이 밝힌 연구 결과다. 심지어 이런 스캔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퇴사한 사람에게도 ‘부도덕한 기업 출신’이라는 낙인 비용이 전가됐다. 이 비용은 고위 임원일수록, 또 여성일수록 커져 상대적으로 연봉이 6.5%, 7%씩 낮아지는 효과를 냈다.
올해 들어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에서 잇따라 터진 대규모 횡령 사건은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지만 이는 당연히 올해만의 돌출 현상은 아니었다. 최근 10년간 기업 내 횡령은 무려 2배가량 늘었다. 횡령의 주요 원인으로는 직원의 개인적 일탈, 감시 시스템의 부재, 가상화폐나 부동산 투자 열풍에 편승한 한탕주의, 과도한 목표 설정 등이 꼽힌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옆자리 동료들의 ‘잘못된 온정주의’ 역시 조직 내 비위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대와 취리히대 연구진이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소개한 실험에서도 이를 관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시각장애인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장애인들의 돈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이 봉사자는 ‘남’이 아니었다. 강한 유대 관계인 가족 구성원이거나 약한 유대 관계를 가진 같은 대학 동기였던 것이다. 어떤 때 사람들은 범죄 사실을 신고했을까?
실험 결과 강한 유대 관계에 있을 때는 신고를 꺼린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가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며, 쉽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가족 같은 회사’에서 오히려 부정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마리암 코우차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에 더해 “사내 윤리 강령에 ‘우리(we)’라는 포용적 표현을 자주 쓰는 것 자체가 오히려 비윤리적인 행위가 용인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며 “우리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위반 발생 시 처벌까지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국가에서 직장인의 3분의 1가량은 동료의 크고 작은 비위 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막기 위해선 내부 통제 강화는 물론이고 면접이나 직원 평가에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고 내부고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게 하는 등의 정비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온정주의는 개인적으로도 경제적 피해를 입고 나서야 ‘우리’가 정말 ‘남’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늘 도둑’마저 경계하는 윤리적 경각심이 결국 ‘우리의 힘’이 선한 뜻 그대로 쓰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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