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데이터에서 지혜까지
데이터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원유'라고 한다. 산업사회에서 생산과 에너지의 근간이 원유였다면 디지털사회에서는 데이터가 부가가치의 원천이라는 이야기다. 20세기 후반에는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 석유화학기업이 경제의 중심이었고 21세기 들어서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가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199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이 확산 보급되면서 엄청난 데이터와 정보가 생성돼 정보폭발 현상이 나타났고 2000년 이후에는 검색포털의 발전으로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미디어 활성화로 공공정보뿐만 아니라 사적 정보까지 폭증함으로써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가 열린다. 데이터경제, 빅데이터사회는 이미 우리 앞에 다가온 미래다.
디지털경제의 기반은 데이터다.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빅데이터는 우선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도구의 데이터수집·저장·관리·분석역량을 넘어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의미하지만 데이터의 양(Volume)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방대한 데이터만이 아니라 사진·영상·댓글 등 데이터의 다양성(Variety), 빠르게 생성·유통·처리되는 속도(Velocity), 데이터의 정확성(Veracity), 그리고 빅데이터로부터의 가치(Value)창출까지 5V를 포괄한다.
천연 액체탄화수소 혼합물인 원유는 정제과정을 거쳐야만 휘발유, 경유, 등유, 윤활유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화학적으로 응용하면 섬유, 플라스틱 등 생활필수품의 기초소재로도 활용된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원재료인 데이터 없이는 정보나 지식을 창출할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수집·저장을 넘어서야 한다. 가공·처리·분석공정을 거쳐야 유용한 정보·지식도 되고 디지털 시대의 원유 역할을 할 수 있다. 빅데이터 중에는 쓸모없는 데이터, 페이크 데이터도 많다.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라 해도 원유처럼 정제하고 가공하고 추출해 가치를 창출해야 의미가 있다.
와튼 경영대학원의 러셀 액코프 교수는 인간 정신의 내용물을 데이터부터 지혜까지의 위계로 설명했다. 데이터는 가공하지 않은 원재료고 이를 가공·처리하고 유용하게 조직하면 정보가 된다. 정보는 '누가, 무엇을, 어디에서, 언제' 등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데이터와 정보를 응용해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지식단계다. 이를테면 지식이란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를 논리로 연결해 정교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나가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 답을 찾으려면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insight)이 필요하다. 이는 지식을 넘은 지혜단계다. 지식은 암기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지식을 많이 획득한다고 해서 통찰력이 저절로 생기진 않는다. '이해'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데이터, 정보, 지식을 갖고 과거의 사건이나 현재의 현상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미래를 예측하거나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까지 제시할 수는 없다. 현상을 꿰뚫어보고 본질을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식과 이해의 차이는 암기와 학습의 차이에 비유할 수 있다. 학습(learning)은 단편지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배우고 익혀 원리를 깨닫고 통찰력을 갖는 것이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지식이 쌓여야 지혜를 얻을 수 있지만 지식이 쌓인다고 지혜가 생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지만 데이터나 정보로 그냥 아는 것과 사리를 분별해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건 다른 차원이다. 빅데이터에 기술, 지식, 통찰력, 지혜가 더해져야 가치와 의미가 만들어진다. 데이터에서 출발해 정보, 지식을 넘어 지혜에 이를 때 빅데이터는 비로소 삶을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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