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경제학자가 본 암호자산의 미래
여전히 2만달러 수준 유지
버블보단 불확실성 큰 자산
금융상품·저작권 거래 등
응용분야서 기대감은 유효
이 정도 방어막을 쳤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첫째, 암호자산은 버블인가. 버블이라기보다는 가격 불확실성이 큰 자산으로 판명되고 있다.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가격 상승의 믿음이 깨지고 나면 소멸될 운명으로 보았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13년의 역사 동안 폭등과 폭락을 여러 번 겪었지만 여전히 2만달러 수준이다. 버블이라면 터질 기회가 이미 많았던 셈이다. 물론 엄격한 정의에 의하면 경제적 효용에 비해 가격이 훨씬 높으면 터지지 않았더라도 버블이다. 다만 그렇게 본다면 금에 낀 버블은 수천 년 넘게 지속 중이다. 둘째, 암호자산은 어떤 종류의 금융자산인가. 암호자산이 화폐를 대체하리라는 전망은 현재까지는 틀렸다. 화폐 발권력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견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엘살바도르는 홍보용 시늉이 아니라 진심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들려는 노력을 1년째 하고 있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 가치의 불확실성, 발행량의 한계, 사용의 불편함 등 암호자산의 특성 자체가 화폐를 대신하기에 부적합한 면이 크다.
암호자산이 금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과 달랐다.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는 금과는 달리 물가 상승 국면이 오자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두된 것이 첨단기술 분야 주식과 유사하다는 시각이다. 장밋빛 미래와 풍부한 유동성이 결합될 때 가치가 급등한다는 점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쌍벽을 이루는 암호자산인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인터뷰에서 암호자산의 가치 변동성이 2040년쯤에는 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 말대로라면 암호자산은 첨단기술 주식에서 금과 같은 자산으로 점차 이행 중일 수 있다. 다만 첨단기술 주식의 특성은 지금 주목받는 주식 중에서 상당수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부테린은 최근 이더리움의 알고리즘을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주도해 왔다. 이 작업의 의미나 필요성을 논하려면 추가적 칼럼이 필요하다. 다만 필자가 주목하는 바는 이더리움 정도의 암호자산도 누군가의 주도로 근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더리움, 나아가 탈중앙화를 핵심가치로 내세운 암호자산 전반에 어떤 의미로 작용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셋째, 암호자산의 미래는 희망적인가. 필자는 그렇다는 쪽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랜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DeFi, NFT와 같은 암호자산 응용 분야들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만한 제안들을 담고 있다. 이들이 겨냥한 금융상품이나 저작권 거래시장은 개별 국가의 규제와 제도적 보호 수준에 따라 큰 격차가 존재하는 영역이다. 세계화, 개인화와 부합하는 암호자산의 속성을 바탕으로 비효율성을 줄일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의 탈세계화 정세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또는 반대로 암호자산의 발전이 반동적 역사의 흐름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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