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소통의 근본을 생각하다

2022. 9.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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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새 정부는 출범 후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내놓은 변화다. 소통은 정부, 기업을 막론하고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본래 '소통(疏通)'은 '막힘없이 통함'을 의미하며,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어도 '함께 나눈다(communicare)'는 라틴어에서 기원한다. 하지만 진정성 없이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정보 전달에만 치중하는 소통 사례도 적지 않다. 배려나 경청이 간과되니 상호 간에 의도한 건설적인 변화도 따라오기 어렵다.

진정성은 필자가 속해 있는 기업의 중요 행동 규범 중 하나다. 매우 공감하는 가치이지만, 동시에 모호하고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이다. 평소 자신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보여주는 성격이라고 자부해 왔지만, 막상 대표가 되니 진정성이란 단어가 사뭇 조심스러웠다. 말뿐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 진정성의 의미를 찾고자 시작한 것이 '소통을 위한 노력'이었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작년, 격동의 시기에 새롭게 출범했다. 여성건강이라는 비전에 충분히 공감하며 확신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던 필자와는 달리, 많은 직원들은 분사 과정에서 불안을 느꼈고, 계속 갱신되는 정보들을 고르게 공유받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면 모임의 기회가 너무나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출범 이후 매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편지를 쓴다. 시작은 회사에 대한 단순한 정보 공유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필자의 소소한 일상이나 생각들, 여성건강과 관련된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적어 보냈다. 그러자 신기한 변화가 일어났다. 직원들이 본인의 느낌을 담아 편지에 답장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일 대 다수의, 효율성이 더 강조되고, 일방향이라고 알려진 이메일을 통해서 소통의 포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후 더 활발한 소통을 위해 사내 익명 게시판을 개설했다. 게시된 내용은 모두에게 공개되고 일정 기간 내 모든 질문에 답변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분기마다 진행하는 사내 타운홀에서도 질의응답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시간 내 다루지 못한 질의에도 모두 답변을 달아 메일로 전달한다. 글로벌 타운홀 내용도 한국 리더들이 직원들과 다시금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는 내부 협력의 핵심이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임을 믿고, 충분한 정보를 투명하고 빠르게 공유하고, 각자가 가진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함이다.

'이 세상에 하찮은 질문은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작은 소리에도 통찰이 존재하고, 발견하지 못한 실마리를 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소리의 의중을 판단하고, 소리가 이끄는 방향성에 귀 기울이고, 후속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모두가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요즘, '진정성이 깃든 소통'이야말로 조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근본임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김소은 한국오가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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