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금리 1%포인트 인상 공포에 환율 1400원 비상이다
14일 전 세계 자산시장이 올 들어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달러 대비 각국 화폐 값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머지않아 인플레이션 압력이 꺾이고, 금리 인상 속도도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진 게 컸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래 최고치인 9.1%를 찍은 후 지난달 8.3%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둔화 추세를 이어갔지만 시장은 실망했다. 여전히 시장 예상치보다는 높았던 데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지수가 되레 전달보다 더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물가 오름세가 구조적이고 광범위해서 물가를 잡기 쉽지 않다는 점만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21일 회의 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우리 외환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5원을 찍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1400원대 돌파까지 목전에 두게 됐다. 우리 경제에 심대한 위협이다. 외화 부채가 많거나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폭탄에 속수무책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도 끌어올려 물가관리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환율도 버거운데 가파른 금리 인상까지 당분간 계속될 상황이니 걱정이 크다. 연말 미국 기준금리 예상치가 4.25%다. 1년도 안 돼 제로금리에서 4%대 고금리 시대로 판이 완전히 바뀌는 거다. 글로벌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금리 역전에 따른 자금 유출·원화값 폭락을 방치할 수는 없는 만큼 3%대 기준금리는 불가피하다. 이 정도만 돼도 가계가 체감하는 고통이 커지고, 금융비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기업도 속출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4%나 급증한 상태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고통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 주체들이 비상한 각오를 다지는 한편 생존을 위한 철저한 대비를 하는 것 외에 다른 묘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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