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기소'에 사라진 '반명'.."최악 상황부터 막아야"
'李 비판' 비명 의원들…'당 대책 기구' 합류하거나, 관망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반명(反이재명)계' 목소리가 사라졌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기소가 전환점 시기다. 당내에서는 '외부의 적'(정부·여당인 국민의힘)과 싸우기 위해서는 내부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데에 의원들이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정치탄압' 규탄을 위한 당 기구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기도 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 취임 이후 당 비판 목소리 자체가 사라져 정당 내 '다양성'이 부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취임 17일 만에 지도부 및 대표실 인선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7명 중 6명(정청래·서영교·박찬대·장경태·서은숙·임선숙)은 '친명계'로 분류된다. 여기에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의원 중 4명(김남국·김병욱·문진석·임종성)도 주요 당직에 임명됐다. 이 대표의 '복심'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이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최근 합류했다. 정 전 실장은 이 대표를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좌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 대표 인사로 꼽힌다. 수석사무부총장에는 신(新)이재명계로 불리는 김병기 의원이 임명됐다.
이 대표 측근들이 지도부 주요 인사를 꿰찬 '이재명 체제'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후보 시절 강조했던 '당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의 당을 만들겠다는 거 아니겠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친명계 의원들의 당내 위상이 올라간 반면, 전당대회 출마 당시 이 대표를 향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던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일부는 검찰 기소에 맞서는 당 기구 내 보직을 맡으며 '이재명 엄호' 전선(戰線)을 치고 있다. 특히 이 대표 기소 이후 의원들이 초(超)계파적 움직임에 나서며 내부 결속 강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기소를 '정치보복' 행위로 규정한 민주당은 선거법 위반으로 당대표가 기소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간사는 친명 초선 정태호 의원이 맡고 있다. 설훈·전해철·고민정·송갑석 의원 등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핵심 인물들이 대책위 상임고문으로 임명됐다.
또 다가오는 국정감사를 대비해 만들어진 당 기구 '대통령실의혹진상규명단'에도 '비명계' 의원들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인 한병도 의원은 단장을, 김영배 의원은 간사를 맡았다. 한 의원은 이날 규명단 1차 회의에서 "최첨단 보안시설은 물론 벙커와 관저까지 모든 시설, 역사성까지 갖춘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급하게 옮긴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윤 정부는 단 한번도 이런 국민 물음에 속시원히 답하지 못했다"며 "민주당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대통령실 관련 의혹을 밝혀내겠다"고 경고했다.
'비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를 구심점으로 모이는 것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이 대표가 확정받을 시, 선거비용 434억 원을 당이 선관위에 반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는 것은 물론, 차기 총선 공천권을 염두에 두고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협조하는 것 아니냐는 현실적인 상황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첫 국감에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당 공세를 대비하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초선 의원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친명, 비명 할 것 없이 '일단은 이재명' 하나의 체제로 뭉쳐서 가는 것이고 친문 의원들이 합류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선거법 관련은 당대표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것이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당 차원의 도움이 있겠지만,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비리' 의혹 등 개인 문제는 당이 나설 수 없어 법원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개 발언을 자제하면서도 '이재명 체제'를 견제하는 비명계 의원들도 있다. 이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에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이원욱·김종민 의원은 14일 그간 진행했던 '민주당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 시즌2(총 6회)를 열며 당 개혁과 관련한 목소리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토론회가 마무리된 후 평가 보고서를 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기소된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소신있는 정치의 길을 가겠다"고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정당은 다양성이 생명이다. 우리 사회는 책 '눈떠보니 선진국'이 지적하듯 '어떻게 할까'보다 '무엇'과 '왜'를 물어야 하며 언제나 '정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가야 한다"며 "국가와 민주당을 위해 저는 (동화)'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아이'가 되겠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외부의 침입자가 생기면 내부를 지키는 게 먼저 아니겠나. 당도 현재 그런 상황이다"라며 "어쨌든 당대표로 선출됐으니 공격받는 상황에 남일 보듯 할 수는 없다. (현재로선) 당에 비판의 목소리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천권의 경우, 이 대표가 '시스템대로 한다'며 사당화는 없을 거라고 당부했지만, 당대표가 공천에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부 의원들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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