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지하주차장에 갇혀 죽을 수도 있다니
기후변화 대응 사는 일만큼 중요
이제는 위기 넘어서 재앙 수준
당국대응 임시방편 그쳐선 안 돼
제주도는 태풍의 길목이다. 피해 가는 법이 없다. 섬사람은 거친 바람과 물폭탄을 으레 겪는 일상쯤으로 여긴다. 하천은 대부분 바짝 마른 건천, 비가 퍼붓더라도 그 당시만 흘러내린다. 현무암으로 형성된 화산섬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전 지도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제주에서 자랐다. 수많은 태풍과 조우했다. 나름 태풍의 생리와 특성을 꿰고 있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북상 과정에서 ‘역대급’, ‘경험해보지 못한’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은 하수관거 정비, 지하 방수로 건설, 제방 보강 등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지하공간은 비만 오면 하수구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한 관련 규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행정안전부의 침수 예방시설 설치 기준은 5년 이내 1회 이상 침수가 진행됐던 지역 중 같은 피해가 예상되는 지구나 해일 위험 지구 등에 한정돼 있다. 어겼을 때 마땅한 벌칙 규정도 없다. 국토교통부 규정상 지하층 물막이 설치대상 건물도 2012년 이후 신축 건물에만 해당된다. 1995년에 지어진 포항 아파트에 물막이가 설치될 리 만무했다.
이번 포항 참사에 행정안전부는 지하주차장, 반지하 주택, 지하상가 등 지하공간이 폭우로 침수됐을 때 이에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국민행동요령’을 보완한다고 밝혔다. 사후약방문이다. 해마다 물난리는 반복돼 왔고, 당국의 대응은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래서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되풀이할지 궁금하다. 정부부처나 국회의사당 지하주차장에서 비슷한 참사가 빚어져야 이런 인재가 그칠 텐가.
고고학과 인류학계에서 세계적 명성을 지닌 학자이자 작가인 브라이언 페이건(Brian Fagan)은 해수면 상승의 위기를 경고한 저서 ‘바다의 습격’에서 “현 세기에 기후 온난화를 방치한다면 이전에 결코 씨름한 적 없는 홍수 통제시설이나 해안 방어시설, 이주 문제에 대해 아주 고통스럽고도 값비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일이다. 지난달 서울에 내린 시간당 141㎜ 폭우가 단적인 예다. 강우량이 100년 빈도를 훌쩍 넘어서자 뒤늦게 서울시는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 일대 등 6곳에 빗물터널을 건설하기로 했다. 앞으로 닥칠 태풍이나 장마철 집중호우는 더욱 강해질 게 뻔하다. 이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먹고사는 일만큼이나 중요해졌다. 더구나 위기를 넘어서 재앙 수준이 됐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바다의 습격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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