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예술가와 과학자
열린 질문·생산적인 논쟁 즐겨
어쩌면 뇌의 관점에서 보기엔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혹시 여러분은 우리나라 남해 바닷속에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수리솔’이란 연구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참여 작가인 김아영 작가의 2021년도 작품 ‘수리솔 수중연구소 관광 안내’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속 공간이다. 김 작가는 ‘사변적 픽션’(speculative fiction)을 창작 방법론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SF와 달리 온전히 작가의 상상력이 그 한계가 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나 다르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와 과학자 모두 창의적이길 바라나, 그 방법론에선 다소 결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 미국 UC버클리 잭 갤런트 교수는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기능성 자기공명장치(MRI)를 이용해 그들의 뇌신호를 측정한 다음 이 신호를 역으로 해석해 그가 영화 속 무슨 장면을 보고 있는지 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영화를 보는 것은 상향처리, 이를 재현하는 것은 하향처리가 각각 요구된다. 그런데 뇌신호를 재현한 논문 속 영상은 원본 영상과 달리 초점이 맞지 않는 그림처럼 흐릿하게 보인다. 당시에는 이를 기술적 한계라고 했지만, 어쩌면 이는 사람들마다 다른 경험과 학습, 그리고 기억을 바탕으로 형성된 주관적 하향처리 회로가 제공한 다양성과 모호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마리아 발쇼 관장은 미술관을 ‘열린 질문을 하는 곳’, ‘생산적 논쟁을 위한 안전지대’ 등으로 표현했다. 한 작품을 놓고 느낌과 해석에 관해 치열하게 논쟁하는 미술관에서의 한 장면은, 과거 신경세포가 염색된 슬라이드를 놓고 카밀로 골지 교수와 라몬 카할 교수가 ‘신경 그물설’과 ‘신경 연접설’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던 연구실의 한 장면과 똑 닮아 있다. 이처럼 열린 질문을 하며 생산적 논쟁을 즐긴다는 점에서 어쩌면 뇌가 보기에는 예술가와 과학자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해본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대학원장·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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