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순방 시진핑, '일대일로' 다지고 푸틴 만난다

길윤형 2022. 9. 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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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코로나 대유행 이후 첫 외국방문
3연임 앞두고 카자흐로
일대일로 사업 성과 부각하며
'국내정리 끝났다' 자신감 과시
15일 우즈벡선 푸틴과 회담
대만.우크라 등 핵심 이익 놓고
미국 맞서 전략적 협력 다질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14일 코로타19 대유행 이후 첫 외국방문지로 택한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 도착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누르술탄/AFP 연합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뒤 처음 나서는 외유지로 중앙아시아를 택했다. 자신의 3연임이 정해지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일대일로’ 사업의 성과를 과시하고 우호국들과 연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14일 시 주석이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의 첫 기착지인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외국을 찾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이후 15일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로 이동해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다. 중·러 정상이 대면 회담에 나서는 것은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이번 순방은 다음달 16일로 정해진 20차 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곱씹어볼 점이 많다. 특히 3연임을 앞둔 극히 민감한 시점에 과감히 외유에 나서는 모습을 볼 때 이와 관련한 내부 정리가 깔끔히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아사히신문>에 이번 순방에서 “일대일로 등 시 지도부가 지난 10년 동안 이뤄낸 외교 성과를 드러내고, 3기에 추진하게 될 외교 방침을 국내외에 드러내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첫 방문지인 카자흐스탄은 시 주석의 대표 사업인 일대일로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 중국과 유럽·중동을 잇는 물류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순방과 관련해 “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지는 중요한 정상외교 활동이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는 물론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과 관계도 매우 중시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12일 안드레이 데니소프 대사를 만나 “양국은 핵심적 이익에서는 서로를 꿋꿋하게 지지하고, 국제 다자간 무대에서도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핵심적 이익’은 지난달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방문한 대만이고, 러시아엔 처절한 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이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는 중·러의 전략적 공조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최근 러시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과 관련해 시 주석이 어떤 인식을 밝힐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런 점을 인식한 듯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13일 중·러 정상이 15일 사마르칸트에서 회담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 만남은 대만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모으는 것은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때 시 주석이 내놓을 메시지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부터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이 돼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고 키워온 정치·경제·안보협의체다. 시 주석은 이 회의에서 중국이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겠다는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개념은 일대일로 사업이 개도국들을 부채 함정에 빠뜨린다는 따가운 눈총에 따라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때 발표한 개념이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을 통해 러시아 등 우호국들과 단결하는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3연임 문제를 매듭짓게 된다. 이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11월에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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