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역정책 꺼낸 독일 "중국에 휘둘리지 않을 것"
하베크 장관 '강경 노선' 천명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 무역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에서) 우리가 협박당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중국은 환영받는 무역 상대였지만 중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으며, 거래가 끊길 걱정 때문에 인권 침해 등 중국의 문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베크 장관은 대중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 무역 상대를 찾고 중국 원자재, 배터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관이 직접 나서 대중 강경 노선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분명하게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더는 순진하게 굴지 않겠다”며 지난 정부의 대중무역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중도우파 정부가 물러나고 사회민주당 중심의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독일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재임하던 지난 6년간 중국은 독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섰으며, 지난해엔 무역 규모가 2450억유로(약 34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실리 중심의 대중 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예고해왔다.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녹색당으로 이루어진 ‘신호등 연정’은 지난해 11월 연정 합의서에서 “신장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에 더 분명하게 발언할 것”을 약속했다. 또 경제부는 지난 5월 폭스바겐의 대중국 투자 연장 보증 신청 4건을 신장 인권 탄압을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간지 슈피겔은 보도했다.
하베크 장관은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반대한다며 유럽에서 기반 시설을 포함한 분야에서 중국 투자를 좀 더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코스코)이 독일 함부르크 항구에서 한 컨테이너 운영자의 지분을 매입하려 한다는 것을 예로 들며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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