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총알보다 불길한 엄지원의 호의, 김고은의 대처는?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9. 1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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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호의는 총알보다 사람을 더 빨리 죽인다.” 영화 ‘칼리토’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알파치노의 대사다.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원상아(엄지원 분)가 오인혜(박지후 분), 오인주(김고은 분) 자매에게 보내는 호의 속엔 총알보다 치명적인 불길함이 담겨있다.

애초에 오인혜를 향한 원상아의 호의는 그저 적당한 수준이었다. 오인혜는 교우관계가 원만치 못한 외동딸 박효린(전채은 분)의 유일한 친구이자 화가로서 천재적 자질을 지닌 재원이다. 딸 효린의 주변에 두어 나쁠 것 없는 존재다. 동정해도 좋을만큼 가난하고 재능을 돈과 바꿀 수 있다는 거래 마인드도 맘에 든다. 호의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아이였다.

남편 박재상(엄기준 분)의 정치권 안착을 위해 만든 박재상 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해 딸의 외로운 유학길에 동행시킬 작정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이 아름다운 호의에 언니라고 나타난 오인주가 찬물을 끼얹었다.

가난뱅이 주제에 400만원이 넘는, 눈에 익숙한 구두를 신고 나타난 오인주는 오인혜의 유학비라며 돈다발을 내밀면서 자신의 호의를 재차 거부했다. 이 천박한 자존심이라니.. 세상엔 더러 거부할 수 없는 호의도 있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생겼다.

알고보니 그 언니 오인주는 친정인 오키드건설 경리 직원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일을 돌봐주다 거하게 뒤통수치고 자살한 진화영(추자현 분)의 절친이기도 하다. 실제로 진화영이 빼돌린 700억원 중 20억원은 오인주에게 넘겨진 판이다.

마침 원령가 비밀의 정원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던 오인혜가 쓰러진다. 유전성 심장질환인 루이지병으로 당장 비용 1억원에 육박하는 응급 수술이 필요한 판이다. 박재상 재단 고수임(박보경 분) 비서실장의 추적으로 오인주에게 넘어갔던 돈은 회수한 상태고.. 이번에야말로 오인주에게 거부못할 호의를 베풀어 볼까?

한 대에 1천만 원씩 고수임에게 맞고 있는 오인주를 구해내 생전 진화영과 자주 가던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간다. “화영이가 하던 대로 내 어시스턴트가 돼줘요. 친구처럼.”다정하게 말을 건넸고 “화영언니가 하던 일이라면 싫습니다. 위험한 일이라고 알고있어요.”란 대꾸가 돌아온다.

‘뭐지, 이 발칙함은?’ 싶은 순간 “친구가 아니라면 하겠습니다. 그 일.” 그래. 그래야지. 동생 수술이 걸려있는데... 어차피 말뿐인 친구, 의미둘 것도 아니고. 이렇게 돈으로 옭아매다 보면 언젠가 손아귀에 쏙 들어올 날이 있으리라 기대된다.

근데 고모할머니라니? 오혜석(김미숙 분)이란 노친네가 난데없이 나타나 근 1억 돈을 일시불로 결제해버린다. 만류하던 남편 박재상의 입도 “내가 자네 아버지를 잘 알아!”란 말로 봉해버린다. 도대체 내가 호의를 베풀겠다는데 감지덕지는 고사하고 웬 태클이 이리도 난무하는지.. 원상아의 속이 부글거린다.

정신병원에 유폐된 원상아의 동생 원상우(이민우 분)는 “부자들은 자본으로 리스크를 감당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혜석은 “자본주의는 심리게임이야. 있는 사람이 유리하지. 더 많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벌게 돼 있어.”라고 말했다.

그냥 살려고 사는 이들이 대부분인 세상이다. 누군가의 아픔을 거들떠보기엔 여유들이 없다. 누군가가 비장하건 말건 세상은 상관없이 흘러간다. 목숨으로 리스크를 감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있는 자들의 돈질은 누군가에겐 호의일 수도 있지만 개구리를 향해 날아가는 돌멩이일 수도 있다.

“난 화영이한테 아직도 화가 나. 갑자기 그렇게 죽어버린 그 태도가 나한테 너무 모욕적이랄까?”라 말하는 원상아라면, 지인의 죽음에 대해 조차  ‘나는 호의를 베풀었는데 뒤통수치고 죽어버려?’라 생각하는 원상아라면 그녀의 호의는 총알이고 돌멩이이기 십상이다.

쥐가 드나들고 개미떼와 동거하는 오인혜의 집을 찾은 딸 박효린이 “너네 집은 다 진짜야. 언니들도 널 진짜 사랑해주고!”라며 감동한 부분을 원상아가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 남들 다 아는 건 재미없어서 비밀스러운 것에 관심 많다는 원상아고 보면 그런 공감능력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남들에겐 내심 차갑고 뜨악한 눈길을 던지며 자신과 자신 가족만이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을 지닌 원상아와 그녀가 던지는 호의의 본질을 깨닫고 맞서 나가는 오인주 자매의 대립구도도 ‘작은 아씨들’을 흥미롭게 만든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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