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 간 이재명 "야 탄압·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 소모 말라"
방문 이유에 "통상적 관례"
탄압받는 야당 대표 부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정쟁,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마시라”고 밝혔다.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검찰 수사를 받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탄압받는 야당 대표’를 부각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인데, 대리인으로 충직하게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민생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경제산업 발전에 좀 더 주력해주시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간 공개 석상에서 민생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했고, 검경 수사에 비판적인 메시지는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의 몫이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태풍 피해, 고물가, 쌀값 폭락, 전기차 보조금 문제, 북핵 문제를 나열하면서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자신은 민생을 챙기는 야당 지도자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을 탄압하는 세력이란 점을 대비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과거 불송치 결론과 달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에 물어보세요. 왜 뒤집혔는지”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주요 당직자들과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실용적 민생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긴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23일 봉하마을을 찾은 뒤 53일 만에 대표 자격으로 다시 방문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권 여사 예방은) 대표 당선 후 통상적 관례”라며 “특별한 정치적 현안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권 여사는 ‘요즘 민생이 어려우니까 민생을 잘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잘 보살피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검찰은 이 대표를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때문에 봉하마을 방문이 친노무현 성향 지지자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행보이자 자신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 탄압’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일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기소된 이 대표 방어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공세를 강화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적용한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기업이 월드컵 때 국가대표팀(성남FC)을 후원했더니 축구협회장(이 대표)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비유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안’과 ‘대통령실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쌍끌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 첫 회의에서 “대통령실 관련 국민적 의혹을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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