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억제·전기차 차별 해소..'대미 동맹 강화' 시험대 선 한국 외교

외교부 1·2차관 순차 방미
EDSCG·IRA 고위급 접촉

북핵·전기차 등 안보·통상
미국과 해법 찾을지 숙제

한·미 동맹의 현안으로 급부상한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외교협의가 본격 가동된다. 한·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도전적 과제로 떠오른 현안을 다루는 협의다. 국내 여론이 만족할 만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윤석열 정부에 던져진 셈이다. 한·미 포괄적 동맹 강화를 최우선으로 내세운 정부의 외교기조가 시험대에 오른 양상이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6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EDSCG는 한·미 외교·국방당국이 ‘2+2’ 형태로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다. EDSCG 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2018년 1월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이미 현지에 가 있다.

이번 EDSCG는 지난 8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 법령을 채택하면서 핵 선제공격 법제화를 발표한 직후에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적극 대응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국내적 의구심이 높아진 것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억제력 제공 방안이 제시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도 한국 내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번 EDSCG에서 미국이 본토 방위와 같은 수준의 높은 억제력을 한국에 제공할 것을 약속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최종 합의 결과는 공동발표문을 통해 설명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신 차관은 13일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미국의 강화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고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국민을 안심시킬지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다음주 미국을 방문, 호세 페르난데스 국무부 경제차관을 만나 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달 29일 정부 대표단의 방미, 지난 5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에 이어 IRA 문제에 대한 3번째 한·미 고위급 협의다. 조 차관도 EDSCG 회의 다음날인 17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차관 협의에서 동맹 현안·북핵 문제 외에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를 별도로 제기하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IRA는 미 의회의 법안 통과로 만들어진 결과여서 행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반발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IRA 입법으로 인한 국내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한국차에 대한 차별 해소 방안을 조기에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