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속여 '지게꾼'으로 이용" '수리남' 마약왕, 실제는 더했다

송옥진 2022. 9. 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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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9일 공개됐다. 배우 하정우는 국정원과 협조해 수리남의 마약왕 검거에 앞장서는 민간인 '강인구'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하반기 넷플릭스 최고 기대작인 '수리남'이 베일을 벗었다. 초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는 14일 기준 3위(플릭스패트롤·TV쇼 부문), 5위(넷플릭스 톱 10·비영어권 드라마 부문)로 순항 중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비교적 참신한 '마약왕'을 다룬 데다 하정우, 황정민 등 쟁쟁한 배우들, 350억 원이라는 제작비까지 흥행 조건은 모두 갖췄다. 다만 마약 소재에 익숙한 해외 시청자에게 '오징어 게임'만큼의 신선함은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평범한 사람 유인해 억울한 옥살이 시켜

배우 황정민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서 실존 인물 조봉행을 모델로 한 '전요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넷플릭스 제공

'국정원이 수리남에 은신 중인 한국인 마약왕을 잡기 위해 민간인 K를 마약 밀매 조직에 잠입시킨다.'

드라마 '수리남'을 요약하는 이야기의 큰 줄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제 마약상 조봉행(70) 사건이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가짜 목사 '전요환'의 모델이 조씨다. 그는 1980년대 선박냉동기사로 일하면서 8년간 수리남에 머물렀다. 그러다 1994년 국내서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게 되자 현지 사정에 밝은 수리남으로 도망쳤다. 수리남에서 생선 가공 공장을 차렸지만 돈벌이가 성에 차지 않아 마약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인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코카인을 유럽으로 밀수해 큰 부를 쌓았다.

조씨 일당의 범죄가 악질이었던 건 마약 운반책, 일명 '지게꾼'으로 평범한 주부, 대학생 등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1인당 반입 제한이 있는 보석 원석을 운반해주면 400만~500만 원을 주겠다'며 단순한 고액 알바인 것처럼 속여 한국인들을 모집했다. 마약인 줄 모르고 운반하다가 네덜란드, 프랑스 등 타국 공항에서 적발돼 길게는 5년까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2013년)'도 한 30대 주부가 마약 소지 혐의로 프랑스 공항에서 체포돼 대서양 프랑스령의 마르티니크 교도소에서 2년간 복역한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조봉행 일당에게 속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장모씨의 사연을 다룬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한 장면. CJ ENM 제공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조씨의 코카인 왕국은 민간인 'K'씨가 국정원에 협조하면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정우가 맡은 '강인구' 역이 바로 실존 인물 K씨를 토대로 한다. 그는 실제로 조씨 때문에 수리남에서 하던 사업에 실패한 인물이었다. 그는 국정원의 부탁을 받아 마약 브로커 행세를 하며 조씨 조직에 잠입했고, 조씨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된 국가로 유인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조씨는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과률류스 공항에서 체포됐고, 2011년 48.5㎏(1,600억 원 상당)의 코카인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밀수한 혐의(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 위반)로 징역 10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수리남의 마약왕 조봉행 일당 중 한 명이자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실제 주인공에게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전모씨가 2014년 12월 인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빈-하정우 콤비의 드라마 데뷔

'수리남'은 영화 '공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비스티 보이즈'로 친숙한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호흡을 맞춰 온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모범가족', '블랙의 신부', '카터', '서울대작전' 등 넷플릭스의 야심찬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최근 줄줄이 참패한 터라 '수리남'이 넷플릭스의 구겨진 체면을 살려줄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다.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새롭지 않지만 안정적이다. 그러나 뒷이야기가 예측 가능한 데다 속도감이 느려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적지 않다. 상당 부분 '보여주기'보다는 내레이션이나 통화 등의 상황 설명으로 전개되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그래도 1, 2회를 잘 넘긴다면 6회까지 달리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나르코스', '브레이킹 배드'와 같이 마약을 소재로 한 웰메이드 드라마에 익숙한 해외 시청자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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