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82년생 김지영', 보편적 이야기..더 나은 사회 기대하죠"
기사내용 요약
조남주 작가 동명소설 원작…1일 개막
안경모 연출 "특별함 아닌 보편적 정서"
소유진 "김지영에 공감…자기 찾는 작품"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왔던, 지금도 그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극 '82년생 김지영'이 지난 1일 초연의 막을 올렸다. 2016년 출간돼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국내에서 13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각색되며 화제가 된 작품이다.
1982년에 태어나 딸로, 아내이자 동료로, 엄마로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던 '김지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의 삶의 과정을 통해 여성이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받는 불평등과 성차별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담아냈다.
안경모 연출은 14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등장인물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공감할 수 있고, 보편적인 정서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여성이 사회적 삶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부당함과 불편함, 불공정을 시사하는데,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확장되길 바랐죠."
처음에 작품을 제안받곤 고민도 했다. 소설,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이었고, 여성으로서의 기록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도 걱정했다. "그럼에도 결정한 건 여성 개인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컸다"고 했다. 안 연출이 그간 성 편견, 노동, 인종, 장애 등 사회적 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다뤄온 만큼, 그 연장선이기도 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둘러싸고 있는 규칙과 관습, 사회적 의식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대보다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기대하고, 함께 공유하며 극복하자는 생각에 연출을 결심했죠."
원작은 페미니즘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부르기도 했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봤다는 것만으로 왜 논란이 될까. 직접 다가가 보고 싶었어요. 저는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평범한 이야기로 느꼈죠. 그래서 특수한 인물을 만들어 설득하는 게 아닌, 보편적인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연극은 김지영의 전 생애를 담아낸다. "연극만의 매력은 무대 위 배우를 직접 보는 경험이 크다. 나이 차가 있다 보니 교복이 어색할 수 있지만, 김지영이 그 시대를 거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며 "총 6명의 배우 중 김지영과 남편을 제외한 4명이 '퀵체인지'로 많은 역할로 변신하는데 여러 사회적 역할을 상징하며 연극만의 특성이 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김지영으로는 소유진과 임혜영, 박란주가 연기한다. 81년생으로 비슷한 나이에 육아 경험도 있는 소유진은 "사회적 흐름을 공감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세 배우 중 저만 결혼했고 아이가 있어 공감하는 신이 꽤 있었다. 저도 한 명의 관객이 되어 지영이를 바라볼 때가 있다"고 말했다.
"소설도 있고, 영화도 있는데 연극으로는 어떻게 만들어질지 너무 궁금했어요. 살다 보면 각자 역할이 많잖아요. 저도 엄마부터 아내, 며느리 등으로 불리죠. 하지만 제 이름으로 불릴 때가 좋고 진짜 나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어요. 이 작품 안에서 저도 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죠.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저 자신을 돌아보는 거죠.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건 배우로서의 숙제에요."
같은 역의 박란주도 "큰 기쁨인 한편 걱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배역을 위해 10년 넘게 고수해오던 긴 머리카락도 잘랐다.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빛나던 한 사람이 빛을 잃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격차를 벌릴수록 제가 표현하는 김지영이 설득력이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인물 자체에 연민을 갖거나 김지영이 이렇게 힘들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저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을 잘 보여주고, 표현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앞으로도 변함없이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무대에 설 거에요."
남편인 '정대현' 역은 김승대와 김동호가 맡았다. 김동호는 "작품을 하며 인간적으로도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대현은 남편, 아빠이지만 제삼자 입장에서 지영을 대변하는 화자 역할도 한다. 대현을 통해 지영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승대도 "영화, 소설과 가장 큰 차이일 것"이라며 "화자로서 장면과 장면을 매끄럽게 잇고 관객이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13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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